인생 노트 2
시댁에 오는 날이 우리의 첫날 밤이고 신혼 생활이 시작됐지.
밥은 어떻게 하는지 반찬 만들어라 하는 것부터 시집살이가 시작됐당께.
처음 밥을 했는디 물이 너무 많아 어른들이 좋아하는 밥이 되어버렸네.
갑자기 신랑이 젓가락을 던져버리고 가데. 난 놀래서 어머니한테 물었지.
어머니왈, 된밥을 좋아하는디 잘못했다고. 미리 가르쳐 줬다면 좋았을 것을…
난 시어머니한테 한 솥에서 3층밥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어.
처음에는 똑같이 물을 맞추고 한쪽으로 최대한 올려주며 된다는 것을 배웠지.
그때부터 이씨 집안의 살림은 나의 책임하에 시작되었지.
부지런한 어머니, 부지런한 남편.
비가오나, 눈이오나, 할 일을 해야하는 식구들을 보고 의문점이 생겼지. 왜 미리 “유비무환”하지 않고 내가 나서지. 미리미리 비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 놓으니 비가 와도 걱정이 없는 것이여.
1년 뒤에 우리 장남이 태어났지. 양수가 먼저 터져 바깥 세상을 보려 나왔는디,
아 글쎄, 아기 얼굴이 70살 노인 얼굴인거야.
이씨 집안에 경사 났는데.
신랑은 농사철이라 로타리 치느라 밤늦게 아기를 보러 왔지.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다보니 산모 옆에서 코를 골고 자느라 산모 볼 시간이 어디 있나.
다음날 퇴원하는데 신랑 – 왜 아기 얼굴이 이러냐고.
난 택시로 친정집으로 향했다.
일주일 몸조리 하기 위해서지.
시댁에 오니 아기는 부모에게 맡기고 들로 일하러 가야했지. 시간되면 시아버지가 등에 손자를 업고 젖을 먹이러 들로 오시면, 나는 젖만 주고 아기는 아버지가 다시 데리고 갔지.
할아버지가 똥기저귀, 오줌기저귀 다 갈아 주셨지.
신랑과 난, 앞만 보고 우리 땅을 사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 그해 겨울 가을걷이로, 송아지 몇 마리 팔고 벼 수확한 거랑 해서 수입이 괜찮아 창고를 하나 지었고, 축사도 하나 짓고, 그 둘레에 땅 매입도 했지.
연자는 행복한 여자였어.
왜냐고?
비포장도로였는데, 시집오던 해에 포장도로가 됐지.
보일러도 없이 불을 때고 살았는데 겨울에 보일러가 들어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어.
95년 8월 10일
둘째 아들이 태어났지.
눈이 너무 예뻤어.
우리집에 보물이 또 온거지.
일주일 지나고 친정집에서 시댁으로 와서 농사 일을 열심히 했지. 그때는 우리 땅이 없었다. 순 남의 땅을 빌려 임대비를 주고 농사를 지었지. 겨울에 총액을 더해보니 축사를 지을 수 있는 비용이 생겨서 작은 축사를 지어 송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어. 한해 한해 살림이 늘어가고 열심히 살다보니, 우리 땅이 생길 기회가 온 거야. 진흥공사에서 우리가 농사짓고 있는 땅을 사준다고. 돈은 일 년에 한 번씩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면 된다면서 기회가 온거지. 우리는 얼마나 좋았는지.
살아오면서 형제들과 트러블도 있었고
시어머니랑 싸우기도 했고
신랑도 다치고 - 시댁에 온지 3일만에 콤바인하다가 왼쪽 팔을 체인으로 갈아버렸어. 콤바인 톱니바퀴에 왼쪽팔이 들어갔다 나온거지. 너덜너덜해진 팔을 마취하나 안하고 꼬매었다. 다행히 신경은 살아있다고 해서, 붕대를 감고 곧장 일을 시작했어. 붕대 위로 팔이 부어서 다시 병원에 가기 일상이었지만.하루하루가 걱정으로 변해가는거야. 그렇게 팔이 조금 나으니 얼굴이 다쳐서 예쁜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져, 인생이 변해버렸어.
그해 겨울 이장 이취임한다고 나가다가 밤 11시에 오토바이 사고로 저세상 갔다 왔거든. 얼굴 전체가 상처 투성으로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상해있어서. 동네 가니 쌀가마 거적처럼 그걸로 덮어있더라고. 처음에 죽은 줄 알았지. 그때 상훈이가 엄마 뱃속에 있어서 조심해야 했지.
이렇게 세월이 흘러 나이도 한 살 먹어가고 계절이 바뀌어 첫째 아들이 태어난 후 1년 만에 둘째 아들이 우리집 찾아온거지 아주 예쁜.
한해 한해 우리는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서 열심히 살았지. 또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한해 농사를 잘 지어서 창고하나 짓자고. 부지런한 남편 덕분에 늘 풍요로운 살림과,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일년 먹을 양식과 비싼 옷은 아니지만 남한테 뒤지지 않을 만큼의 돈이 있었지.
애들이 아들만 있다보니 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 간절했지. 신랑이랑 계획을 잘 짜서 예쁜 공주가 태어났지. 동네 어르신들이 내기까지 했다네. 신랑은 힘이 장사여서 딸을 못낳고 아들만 낳을거라고 직접 확인하러 집에까지 와서 확인하고 오리탕을 먹었다나.
딸 이름을 뭐라 지을까 신랑이랑 연구했지.
둘째 아들은 우연히 우리동네 딸많은 집에 이름 지어주러 왔다가 우리집에 들어와서는 무작정 발바닥에 사람 인(人) 자가 있네, 등에는 삼태상이 있네 아기는 보지도 않고 그런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럼 이름 하나 지어달라고. 그 사람이 지어준 이름이 “이철민” 나중에 성공하면 자기 손 한번만 잡아달라면서 돈은 안받고 갔지.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일해 겨울에 창고를 짓기 시작해서 또 하나의 나의 보물이 탄생했어. 남편의 추진력과 나의 지혜를 합치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해를 시작하게 되지. 실질적인 우리 땅이 없어서 늘 남의 땅에다 투자했는데 또 기회가 왔다.
축사를 크게 짓고 싶은데 땅이 없는거라. 우리 땅이 없다보니 남의 땅을 사야되잖아. 근디 어떤 분이 자기 땅을 사라는 것이여. 담보 제공을 풀고 우리 땅으로 샀지. 그런데 거기는 축사 자리가 안돼서 지금 축사 있는 곳으로 옮기고 싶은데 땅을 또 사야할 입장인디,
신랑 능력으로 서로 논을 바꾸는 거지.
남들보다 돈을 조금 더 주고 일이 성사되고 안정이 되어갈 때, 갑자기 어려운 일들이 닥치는 거야.
시아버지 심혈관으로 수술하지,
돈 줄이 막히지,
하던 일들이 막히는 거지.
어찌 하오리까?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