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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n 01. 2023

마트? 상회?

요즘이야 마트에 가면 야채코너, 과자코너, 음료코너 같이 00 코너에 가서 물건을 찾으면 된다. 굳이 마트에 길 필요 없이 마트 앱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오늘 아니면 다음날 새벽에 집 앞까지 가져다 주니 좋은 세상이다.

20, 30년 전 만해도 동네에는 마트보다 '00 상회'가 터줏대감이었다. '상회'라는 글자에 '회사'로 오인했던 국민학생인 나는 동네 상회는 작은 중소기업인 줄 알았다.

00 상회는 물건을 종류별로 잘 정리하여 '00 코너'로 표시하기보다는 주인아주머니가 찾기 쉽게 놓은 편이었다. 사용자 중심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가게 경영방침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내가 직접 찾기보다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보는 게 훨씬 빨랐다.

"아줌마, 식용유 어디 있어요?"
"저기- 동원참치 보이지? 거기 옆에 있어."
"아줌마, 해물라면이요!"
"안성탕면 있는데 찾아봐!"

"고무장갑 있어요?"
"저기 왼쪽 구석에 봐봐. 아니 거 뒤에 뒤!"
"못 찾겠어요."
"기다려봐. (의자에 일어나시면서) 아이고 무릎이야. 여기 있잖아."

상회에서 주인은 물건을 계산보다 물건을 찾아주는 일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손님이 와서 장을 보고 돈을 내고 가는 무미건조함보다 인사하고 장보기를 도와주는 일종의 정겨움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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