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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l 07. 2022

혼자 이별을 준비하면서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허다하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발령으로 정든 친구와 헤어지는 일

우리 가족인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일

뜬금없이 연인이 헤어지자는 통보


직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들은 항상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갑작스럽게 타지로 인사발령을 통보받을 때가 마음의 동요가 심한 것 같다. 징계로 인한 인사발령은 특히 더 그러하고 몸 담은 부서가 가족 이상의 끈끈함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마음이 아려온다.


다른 동료들은 모르는 채

혼자서 이동하는 날까지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한 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자 다가가고 깜짝 선물도 마련한다. 상대방은 어리둥절하단 표정으로 "무슨 일 있어?"라는 반응에 아닌 척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매일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티 타임도 어설픈 표정을 짓게 되고 회식자리를 피하게 된다. 혹시나 술김에 사실을 털어 놓으까봐...


내가 잘못했으니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 납득시키지만 갑자기 눈물이 난다. 어른이 질질 짜는 게 쪽팔리지도 안냐며 자신을 다그친다. 그래도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헤어지는 날까지 매일 정리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고 하나씩 정리한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니 야근을 하게 된다.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금씩 정리면서 하나둘씩 추억들이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날

모든 동료들이 퇴근한 후 혼자 남아

내 책상 위에 놓인 내 명패를 가방에 넣고

마지막 흔적을 지우며 사라진다.


밤의 연남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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