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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Jul 12. 2022

마지막으로 손편지를 쓴 적은 언제인가요?




길을 걷다 우연히 카페에 놓여 있는 우체통을 보았다.

주인장이 카페를 꾸미려고 문 앞에 놓은 것 같다.


우리 주변에 우체통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급한 서류를 보내려면 우체국에서 등기로 부치지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었던 기억은 십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체통은 하나둘씩 주변에서 사라졌다.

아! 공중전화 박스도 주변에 없구나...


내가 손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더라?

손편지를 쓴 것도 가물가물하다.

아내와 신혼 초부터 5~6년 정도는 손편지를 썼던 것 같다.

아내 몰래 손편지를 놓고 가면 아내가 행복해하던 그 모습이 좋았고

아내가 손편지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을 때는 하루 종일 삐져 있었다.

손편지를 가장 많이 쓴 적은 군대에 있을 때다.

지금은 사병들에게 핸드폰이 지급된다고 하지만 2001년 군번인 나는 편지만이 세상과의 소통 창구였다.

틈만 나면 편지를 써서 보내고 받은 편지를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하루하루 군생활을 버텼다.


지금이야 카톡이나 DM을 날리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지만

가끔 편지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적도 있다.

마음을 먹고 편지지 맨 위에 '사랑하는 00에게', '내 소중한 00야', '내 벗 00' 등 미사여구를 쓰려고 하는 순간 온몸에 닭살이 아 편지 쓰기를 포기한다.


편지를 쓰지는 않지만 편지를 받으면 하루가 행복하다.


출근하고 내 자리에 놓여 있는 간식과 함께

"부장님 어제 고마웠습니다."

"요즘 힘드시죠? 항상 응원합니다."

이 몇 글자가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이 되는 편지는

 딸이 써주는

"아빠! 사랑해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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