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자.
개인 건축사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되고 13개의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야 합니다.
출근길 지옥철로 유명한 2호선이지만 다행히도 제가 타는 역에서는 대체로 앉아서 갈 수 있습니다.
앉아서 가는 그 시간에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출근길용 책을 정해두고 읽었더니 이제는 병렬 독서가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 침대에서 읽는 책, 책상에서 읽는 책. 책도 책마다 잘 읽히는 공간이 있더라고요. 제법 긴 출근 길이 제게 도움이 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올해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대신 그 시간을 기록하는데 써보려고 합니다.
이 결심은 조금 전 지하철을 타러 걸어오는 길에 결정했습니다. 일을 시작했어야 하는 시간에 집을 나서는 늦장을 부린 데다가 굳이 내일 챙겨도 될 몇 가지 물건들을 가지러 가겠다고 다시 집에 다녀오는 바람에 출근 시간이 더 늦어졌거든요. 그런데 문득 물건들을 챙겨 나오면서 그 기분에 대해 적고 싶어 졌습니다.
귀찮음을 이긴 기분이랄까요.
왠지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그 귀찮은 마음과 씩씩하게 걷던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저항감을 이겨내면서 어떤 일을 했을 때 의외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 다들 있지 않으신가요?
예를 들어 몇 주째 미루던 운동을 가기 위해 가기 싫음을 억누르며 다녀왔을 때의 뿌듯함 같은..
저는 마음을 먹기까지가 참- 오래 걸리지만 마음을 먹으면 바로 실행해 버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성실하게 기록해 보기로 했습니다.
할까 말까 하는 고민만 수년은 한 일들인데, 지금 안 하면 내년에도 할까 말까 하는 이 고민을 또 반복하겠구나 싶어 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꿈을 꾸고 나면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뭔가 적어두고 싶은 마음을 미루지 않고 이곳에 적어 남겨놓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