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친절
얼마 전 도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도쿄는 20대 초반에 간 게 마지막이라 꽤 오랜만에 다녀온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역은 시모키타자와였지만,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우에노에서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의 친절이 어떤 공간적 경험도 덮을 만큼 좋았거든요. 그 공간에 유일한 외부인이었던 우리만 그 친절을 특별하게 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여행에서는 사소한 것도 특별해 보이는 법이니까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되어서인지 몰라도 일하시는 분들 중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우에노의 식당에서 일하시던 분도 대략 일흔 즈음되어 보였습니다. 단정하게 흰색 가운을 차려입고 부지런히 홀을 움직이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오는 그 움직임이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퍼펙트데이즈’의 남자 주인공이 단조롭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일상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에서 감동하는 지점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늦게까지 동네를 밝히는 식당에서 밤이 되도록 분주하지만 흐트러짐 없이 일하는 모습에서 어떤 경외심 같은 것이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계산을 준비하면서 파파고의 힘을 빌려 그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적어 보여드렸습니다. 조금은 당황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영감이, 감동이 되었다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가게 밖까지 나와 인사를 나누며 그제야 어디에서 온 건지, 얼마나 여행하는지 하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고서 돌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하루에도 대여섯 번쯤 큰 의미 없이 인사처럼 나누는 말입니다. 하지만 고마움의 이유를 덧붙여 말하는 순간, 그 장면이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에너지가 넘칠 때보다 오히려 에너지가 바닥일 때 그런 순간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보다 겨우 찾아낸 한 마디의 감사가 더 또렷하게 마음에 와닿는 법이기 때문이겠지요. 아마도 내게 친절이 필요할 때, 말함과 동시에 그 말을 들으며 스스로 위로받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뻐하는 상대를 보며 같이 기뻐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일상에서 더 자주 다정한 순간들을 찾아내고 고마움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