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파도의 순간
지난겨울, 양양 인구해변에서 서핑하는 모습을 한참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한 겨울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파란 바다와 간간히 넘실대던 파도, 그 파도 위에 서려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발견한 점이 있습니다. 한 번의 파도를 타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잔잔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물결 속에서 무언가 기다리는 듯 한참 동안 수평선 쪽을 향해 있는 사람들.
그러다 한 사람이 헤엄치며 일어서서 긴 파도를 타고 모래사장에 가까워져 옵니다. 누군가 탈만한 파도라면 여럿이 탈 법도 한데 생각보다 대부분은 자기 차례가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다음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느낄 만큼 긴 시간 동안 한 번의 파도도 타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파도를 함께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다 보니 나만의 파도를 침착하게 기다리는 것, 그리고 그렇게 기다렸던 파도를 탔을 때의 희열 같은 것이 서핑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급하게 타면 금방 끝나버릴 테고, 기다리더라도 내가 원하는 파도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럼에도 내가 타 보고 싶은 파도를 기다린다는 것이 인생의 타이밍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파도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그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물살에 밀리지 않도록 무던히 헤엄치며 버텨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다린 끝에 만난 파도에 올라서더라도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
다들 서핑에 빠지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