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셰프의 테이블
최근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파인다이닝 업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끼 식사에 3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은 단순히 호기심을 넘어 선뜻 도전하기에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파인다이닝의 경험이 충격에 가까운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특별한 날을 기회삼아 가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파인다이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셰프가 선보이고 싶은 철학, 철저하게 준비되고 계획된 맛의 경험과 섬세한 서비스를 통해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전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몇몇 기사에 따르면 좋은 식재료 사용으로 인한 높은 원가, 우수한 서비스 제공에 따른 인건비, 낮은 회전율 등의 이유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수익률은 5% 남짓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원이나 후원이 필요하며 셰프들은 요리사이자 경영자로서 부가적인 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건축 설계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건축 역시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삶의 경험과 가치를 담고, 나아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풍경과 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직면한 현실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능과 효율의 측면에 더 집중되어 있습니다. 설계비가 공사비의 5%도 채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건축가들도 자신의 이상과 경제적,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또한 큰 자본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신뢰가 없이는 아주 작은 것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인다이닝의 셰프들이 이상적인 맛을 포기하지 않듯 건축가들도 각자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만족과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셰프가 새로운 미식 경험을 위해 맛을 분자 단위로 분석하고 재료를 섬세하게 다루듯이, 건축가는 공간을 밀리미터 단위로 쪼개고 그것들을 정교하게 조직해 특별하게 만들어 냅니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셰프와 건축가는 서로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만, 완성도 높은 결과를 위해 그 안에서 비슷한 열정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