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되는 일이란 없는건가봐.
손에 든 샤워기엔 물이 흐르고 있어
이정도다 싶은 온도를 어림잡아
조절기를 충분히 가운데에 놓아둔채
물을 몸에 대는 그 순간.
이내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서
너는 금방 샤워기를 몸에서 떼어놓지.
치명적 실수.
예상과는 다른 온도에 놀란 너는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나버렸네.
너에게 알맞지 않은 온도로
너에게 닿게된건 누구의 장난인걸까?
아님 내가 고장났기 때문인걸까?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열기로
오래도록 따듯하게 해줄 수 있다면
너를 놀래키지않고 품을 수 있었을텐데
우리에게 적당한 온도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두번째 기회는 없었어.
언제나 나의 처음이란건
늘 너무 뜨겁거나 너무 식어있어
적당함이 없네.
너에게 당황스럽지 않은 따뜻함을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란게 너가 아닌
너의 다음 사람일 수 밖에 없다고들하네.
다른 말로는 나에게 소용없는 일.
다른 말로는 나에게 쓸모없는 일.
세상에 한번에 되는 일이란건 없다고들 위로하네
근데 그 한번이 너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네.
세상에 되는 일이란 없는건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