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이 Apr 18. 2021

시시한 동네

언제부턴가 동네라는 단어가 안 어울리는 것들이

동네가 붙는 장소들을 하나 둘 대체하면서

특별하고, 어디에도 없을것 같던 나의 동네는

편리하고, 어디에나 있는 시시한 동네가 되어버렸다.


간식이 먹고 싶은 날엔 동네슈퍼 대신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다니고 있다.

간혹 사무용품, 문구류가 필요하면 동네문방구 대신

다이소나 대형 팬시점을 간다.

케이크가 필요한 날엔 동네 제과점 대신

프렌차이즈 빵집에 가서 산다.

심심할 때 보고픈 만화가 있으면 동네 만화책방 대신

핸드폰을 들어 웹툰 어플을 본다.

영화가 보고 싶은 날엔 동네 비디오가게 대신

새로 생긴 영화관을 가는 편이다.


내가 우리 동네에서 즐겨가던 모든 곳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고 편리함으로 가득해진 이 동네에서

문득 어린 날 즐겼던 모든 것이

너무도 얻기 쉽고 흔해져서 시시한 것들이라 느껴졌다.


왜 그런걸까..

그것들이 원래 시시한 것들이라서 그런걸까?

아님 내가 시시한 어른이 되어서일까?

나처럼 시시한 어른들이 모여 우리 손으로

시시한 동네를 만들어버린건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 우린 얼마나 더 시시해져야 만족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