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데리고 사는법"이란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문득,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의 숙소생활이 생각났다.
거기서 나는 직장상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더랬지.
“니 이렇게 살면 아무도 너랑 안살고 싶어한다.”
내 인생에서 유일하다면 유일하게 가족을 제외하고
나를 데리고 살아본 타인에게서 나온 말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나라는 인간에 대한 오류보고서 같은 말이라 아쉬울 뿐.
개인적으로 부정하고 싶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나는 집안 일에 대해서 모든 것을 미룰 수 잇는 만큼 미루는 편이다.
뭐 잘났다고 망할 상전처럼 집안일을 안 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억울하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에게 나름의 변호를 해보자면
그건 번번히 나의 타이밍을 강탈당하기 때문이다.
날 대신해서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이란 전제조건 하에
나는 때가 되면 결국에는 알아서 한다.
그건 확실히 보장할 수있다.
소소한 문제가 있다면 그 “때” 라는 타이밍을 언제나
남들보다 훨씬 먼 시점에 잡는 편이라는거겠지...
정말이지, 한번쯤 인내심을 갖고 나의 타이밍을 기다려주면
나도 내 손으로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란걸
증명할 수 있는데, 우리 가족들은 그걸 안 기다려준다.
오늘도 외출을 하고오니 번듯하게 깔끔해져 있는
내 방을 보게 되었고, 언제나처럼 나는 한숨을 내쉰다.
누구인가? 누가 나의 청소 타이밍을 앗아갔는가?
누구긴 누구야. 우리 엄마나 아버지겠지.
고맙지만 나의 타이밍을 기다려주면 안될까요? 따위의 소리를 하면
“이게 사람 사는데냐 돼지우리지. 도무지 냅둘 수가 없어”
라는 대답만 돌아올뿐.
오늘도 그렇게 나의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에 날 데리고 사는 사람들과의
조화를 위해서 나의 타이밍을 앞당겨야 하는걸까?
언젠가 들었던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했던 명언이 기억난다.
“먼지에게도 쌓일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