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0
자다가 핸드폰 보다가...
침대안을 벗어나지 않는 오전을 보내다가
머리나 자르러 가야지~해서 전화로 예약을 했고
나가는 김에 엄마가 회현역 근처 안경점에 수리맡긴거 찾아오라는 미션을 접수했다.
머리 자르고 회현역 갔다오면 오늘 낮시간 다 소진되겠구만...
그렇다고 어제와 똑같이 집에서 24시간을 보내는것도 별로니까 별 불만은 없다.
정오가 지나서야 밥을 먹고, 느즈막히 샤워를 한 뒤 머리를 자르러 나갔다.
머리를 맡긴 헤어 디자이너는 요즘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머리자르는 것도 참다가 참다가 오는거 같다고
이러다 3단계되면 미용실도 영업 못하게 되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때가되서 머리 자르는 당연한 행위도 제한이 걸린다면
대체 난 어디서 머리를 잘라야할까? 내 손으로?
정말이지.. 그 상황만큼은 오지 않았으면 한다.
머리를 자르고 거리로 나와보니 추위만이 존재했고
멋진 연말 풍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느 때 처럼 나를 제외한 모두가 즐겁고 따뜻한 연말도 질렸지만
막상 그 누구도 즐겁고 따뜻하지 못한 연말을 느껴보니 더 별로인것 같다.
추위에 질색하며 회현역에 가려고 지하철로 들어갔다.
주말의 지하철은 어느 때보다 한적했다.
어디에서나 코로나 시국의 존재감이 느껴지는구만
그래도 회현은 조금 먼길인데 앉아서 편하게 갈 수있어 그건 좋았다지.
한적한 지하철안에서 내 앞자리... 마스크를 착용한 한쌍의 커플이
소프트한 애정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런 시국이라도 세상에 존재할 건 존재해야한다는 듯이 말이다.
그 둘은 서로를 사랑함을 보여줬다.
뭔가 인간문화재 보는 기분으로 내릴 때까지 그 광경을 멍하니 보았다.
역에서 나와보니 사람이 없는 시장풍경이 펼쳐졌다.
시장의 겨울 제철음식이라고 몇몇 호떡장사, 붕어빵 장사들이
길가에서 영업하고 있었지만 손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적한 시장길을 지나 더 한적한 안경점에 들러
엄마의 안경을 찾았고, 온 김에 조금 느슨해진 내 안경도 손을 봤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길
2단계가 되기전 주말마다 노트북을 챙겨가서 글을 썼던
동네 카페에 들러서 흑임자 카페라떼를 테이크아웃 주문했다.
친절한 사장님 부부는 여전히 밝은 미소로 반겨주었다.
"어디 다녀오시나봐요?"
"네, 안경점에 좀 다녀왔어요"
"요즘 코로나라 어디 갈 수있는데도 없고 답답하시겠어요"
"맞아요 너무 심심해요 하하.."
지금은 의자, 테이블이 양쪽옆으로 치워져있는 넓은 카페.
가을 끝날 무렵까지는 그래도 내 심심함을 풀어줄 수 있는
개인 아지트 역활을 제대로 해줬는데...
나는 아직도 이 풍경이 낮설다. 아직 적응하고고 싶지 않은걸지도 모르겠다.
모든 외출일정을 마치고 집에 올즈음되니
역시나 어둑어둑해진 날씨가 내 일요일의 낮이 종료되었음을 알린다.
이제 남은건 일요일의 밤인가..
무엇을 해볼까? 아니, 할 수 있는건 무엇일까?
괜스레 요즘 잘 안쓰고 있는 글이라도 쓰고 싶어져 PC앞에 앉았다.
한창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언제나의 핸드폰 진동이 신경질적으로 울려댄다.
이 격한 진동...
그냥 전화나 메세지가 올 때 울리는 진동과는 다르게
긴급재난문자는 말그대로 신경질적으로 울린다.
화면엔 또 다시 새로운 확진자 정보가 표시된다.
질린다 질려... 왜 이걸 맨날 접해야하는걸까?
이미 재난이 진행중이라는건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