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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tto Mar 11. 2021

완벽한 결혼


때가 되면 척척 잘들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게 결혼이었다.

"누구와 결혼하는지에 비하면 어떻게 죽는지는 하찮은 일이다"라고... 어느 날 아빠가 적어 주었던 작은 쪽지 탓이었을까. 본인 스스로 결혼생활에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라도 하듯 가끔씩 아빠는 좋은 글귀들을 적어서 내 방 책상 위에 두시고는 했다. 결혼 전 사위가 될 사람에게도 첫 만남에 쪽지를 주는 것을 보며 말로 다하지 못하는 아빠의 사랑 표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그 사위는 그 쪽지를 지갑 속에 고이 넣어 간직하고 다닌다.


고등학교 때 야자시간에 수능 문제집은 접어두고 책을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같은 고전을 주로 읽었고 또 주로 읽는 책은 심리학과 육아에 관련된 책이었다. 나를 알기 위해 집어 든 책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생각하게 되면서도 습관은 계속되어 내 손에는 늘 연애, 심리, 결혼 관련 책들이 들려 있었다. 어느 날 출근 후 내 책상 위에 놓인 결혼 관련 서적을 보신 과장님이 "책 보면 결혼 잘하나?"라는 말을 툭 던졌다.


결혼과 출산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충 하기는 싫었다. 남들 다 하니까 하는 결혼, 남들 다 낳는 아이는 내 인생에 없었다. 뭐든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타고난 완벽주의의 발현이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편치 않은 결혼 생활을 보고 자란 탓이 더 크리라. 자라는 내내 스트레스의 반 이상이었다. 들어보면 다른 집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 집 세 남매들이 유독 예민하고 내적 갈등이 많은 스타일인 건지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매우 힘들어했다.


주변에서 결혼 생활의 롤 모델을 본 적도 없으면서 늘 이상을 꿈꿨다. 완벽한 결혼생활은 내 머릿속에 있었다. 삶으로 구현해 내고 말 것이라고 다짐하고 그에 적합한 배우자를 찾아다녔다. 일을 하느라 결혼이 늦어진 것이 절대 아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사람을 만났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고 진짜 결혼을 하기 전에 결혼을 할 뻔 한 사람도 두 명이나 있었다. 그냥 내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은 결혼관이 문제였던 것이다. 사랑하면 결혼한다 라는 공식이 내겐 잘 성립되지 않았다. 불타는 사랑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결혼 앞에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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