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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tto Mar 18. 2021

밤만 되면 요리하는 그녀

밤 11시 반, 자려고 누웠는데 밖에서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오늘도 잠은 다 잤다.

휴...


엄마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소리다.

내일 먹을 국과 반찬 몇 가지 등을 만드시는 것 같다.

꼬막을 벅벅 비벼대거나 국자가 스텐 냄비에 '탕~' 부딪히는 소리 등이 듣기에 매우 살벌하다.

아... 오늘도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나 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솟구쳤다.

집에서 도무지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엄마는 낮에 받은 스트레스를 그런 식으로 화풀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는 항상 거실에서 주무셨다.

밤에 자다가 나와서 화장실을 가려고 불을 켜면 엄마가 깨서 말을 걸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 짜증 났다. 불편하고.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가 거실에서 왔다 갔다 하는 소리 때문에 온 가족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면 도리어 내게 화를 낼게 뻔했다.


자식들이 어째 하나같이 맨날 엄마 탓만 하냐고.

'전주 ' 식구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인 피를 타고났다며. 그리고 첫째인 나는 동생들보다  이기적인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장녀인 나에게 '너는 어째서 엄마를 그렇게 불쌍하게 여기지 않느냐'라고 했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불쌍하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아무도 엄마 자신을 그렇게 여겨주지 않는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탓인 것만 같아서 자책을 많이 했는데 조금 자라면서부터는 엄마의 아빠에 대한 분노와 애정결핍이 우리에게 표출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그래서 엄마에게 화가 나면 동시에 아빠에게는  크게 화가 났다.아빠가 엄마에게 잘하지 못해 상처투성이인 엄마의 감정을 받아내야 하는 우리가 힘든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가족을 위한 희생양이고 나머지 가족들은 엄마를 못살게 구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종종 모든 것이 아빠 탓이라고 했다. 아빠가 그렇기 때문에 너네도 배워서 그런 것이라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런 말을 하는 엄마에게 난,

"엄마, 아무리 삶이 팍팍하고 힘들었어도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나 보지. 난 근데 엄마가 어렸을 때 나한테 그렇게 한 것들이 무서웠고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되었어."라고 했다.

기가 차다고 했다.

'엄마에 대한 연민도 있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뭔지 모를 화가 나.'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너무 상처가 될 것 같아서.


결혼  어느 , 엄마와 난 어떤 얘기 끝에 언성이 높아져 다투었고 엄마는 갑자기 맥락과도 아무 상관없는 말을 뱉어내었다.

"너는 어떻게 그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엄마한테 월급 한 번을 안 갖다 주냐, 나는 예전에 직장 다닐 때 월급 받으면 바로 우리 엄마 갖다 줬는데"

충격이었다.

그것이 엄마의 본심이었다니.


본인이 외할머니에게 했던 그것을 내가 똑같이 엄마에게 했어야 하는 건가. 월급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나는 매달, 매년 십일조와 같은 양의 금액을 엄마의 통장으로 꼬박꼬박 넣어드렸는데... 엄마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는 듯했다.

한 순간에 나는 파렴치한 인간이 되었다.


명절 연휴였던 어제 여동생이 카톡이 왔다. 언니 내가 엄마 아빠한테..

"서로 상처 주는 말 그만하고 사이좋게 산책 다녀와~"라고 했다며 성경 한 구절을 보내주었다고 했다.

"야~ 왜 그래 엄마도 불쌍하다..ㅋㅋㅋ"라고 하며 실소가 터졌지만 동시에 같이 있는 여동생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지 상상이 되어 안쓰러웠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태복음 15:18


결혼  부부상담을 받을  상담사 선생님은 내게 감정의 베이스가 없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런  같았다. 나의 마음은  어디를 향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그리고 정착할 대상을 찾아  어딘가를 떠돌아다녔다.


다른 사람들은 엄마를 떠올리면 마음이 어떨까?

정말 그렇게 한없이 편안한고 보고 싶고 마냥 좋을까? 나는   편안하고 여유롭고 인자한 엄마이길 바랬다. 힘들  그냥 아무  없이 가서 기대어 있을  있는 엄마...


코로나로 하늘길이 닫혀 보고 싶은 친정에 가지 못해 애타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난... 그러다가도 이내 마음이 없어진다.

물론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 엄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세 살박이 아들은 매일

"엄마,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어지면 비행기 타고 제일 먼저 외할머니 집에 가자"라고 하지만...

동시에 엄마를 떠올리면... 엄마를 만날 생각을 하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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