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아들을 하나만 낳았는데 어느새 우리 집에 아들이 둘이다. 나날이 큰 아들의 어리광이 도를 넘어가고 있다. 특히 요즘 말이 부쩍 는 둘째 아들이 "아빠! 이건 이렇게 했어야지~~ 이렇게 하는 게 아니고"라고 말을 할 때면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아빠는 언제나 아들의 장난감 사주기에 열성적인데 가만히 보면 아빠가 가지고 싶은 것들 위주로 사주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레고 시티에 빠져있는 아들이 레고를 고르면 아빠는 옆에서 레고 테크놀로지를 고르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거 여보랑 ㅇㅇ이랑 같이 할 거야~~"
물론 남편을 이렇게 만든 것은 나의 잘못도 있다. 결혼 전 온갖 결혼 관련 서적을 탐독한 나는 '반드시 배운 대로 하리라!'를 다짐했었다. "오빠 우리는 결혼해도 부부 중심으로 살아야 해, 아이가 태어나도 아이에게만 너무 집중하기보다는 서로를 먼저 챙겨주자. 그게 훨씬 건강한 가족이 된대. 그리고 부부만의 시간도 정기적으로 가져야 하고."라고 했던 나는 대체 어디에...?!!!!?.
아이가 태어나고 천사 같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그랬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첫사랑이라도 하는 냥(아니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아이에게만 홀딱 빠져 있었다. 누가 시킨 적도 없는 오로지 스스로 자청하여 맹세했던 서약은 홀딱 까먹은 아이에게만 온 정신이 팔린 나.
그러던 어느 날, 그 날 따라 유독 서운했던지 남편이 갑자기 볼멘소리를 시작했다.
"아니 결혼 전에 자기가 먼저 부부 중심으로 살자고... 아이 태어나도 어?! 부부가 먼저라매!!! 어?!" 외치었다. "아니, 얘는 애잖아 애한테 질투하는 거야 머야!"라고 받아친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
아뿔싸. 내가 그랬지. 어머, 나는 어디에...
결혼 전 주례 목사님과 네 번의 정기적인 만남을 가졌다. 나의 대학생, 청년 시절을 담당해주신 청년부의 젊은 목사님이셨는데 오랜 기간 뵌 터라 우리는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남편은 거의 처음 뵙는 분이었기에 결혼 전에 정기적으로 만나 교제도 결혼 서약문도 작성하고 기도도 받고 하는 시간이었다. 그때 내가 결혼 생활에 어떤 지혜가 필요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남자의 심리가 어렵다고 하자 목사님이 갑자기 내게 하시는 말씀,
"ㅇㅇ야, 그거 아니? 심리학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 일반심리학, 여성심리학, 아동심리학."
"아... 네.... 네..?"
"심리학에도 남성 심리학은 없어. 왜냐면 아동심리학이랑 같거든. 그러니까 아들 키운다 생각하고 잘 키우면 돼. 나처럼 허허허.(갑자기 들어오신 사모님을 보시며)"
"아... 눼???? ㅋㅋㅋㅋㅋㅋ"
이리하여 결혼하자마자 동시에 아들이 둘이나 생긴 나. 덕분에 나는 여전히 때때로 다툼이 생길 때마다 목사님의 이 주옥같은 말씀을 떠올리며 하루를 무사히 넘겨보곤 한다.
‘얘도 애다......’
휴... 주여... 제게 아들을 둘이나 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