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혼자 놀기.
중고거래 어플인 '당근마켓'에서 뜬금없이 알람이 왔다.
"우리 동네 소식을 확인하세요!"라는 알람을 따라 들어간 어플 화면에 우리 지역 부동산 정보가 나타났다. 그중, 한 상가가 눈에 띄었다. 공방이 몰려있는 길에 있는 예쁜 문을 가진 상가였다. 꽤 오랫동안 눈에 아른거려서 결국 상가를 직접 보기로 했다.
작업실 겸 직접 굿즈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싶었다. 온전히 나만의 시선, 나만의 손길이 담긴 그런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직접 찾았던 예쁜 문을 가진 상가는 천변에 가깝지만, 다소 지대가 낮고 흙벽이 드러나있는 곳이었다. 문을 열자 습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예쁜 문을 가졌지만 환기가 어려운 곳, 그래서 포기하기로 했다.
잠깐 헛바람이 들었었다는 생각을 하며, 부동산 매물을 다시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삶이 뜻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지 않은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이면통창이 있는 상가는 또 나의 눈길을 붙잡고야 말았다. 심지어 저렴한 가격에 개인 화장실이 있는 곳이었다. 다른 것보다 화장실이 있길 바랐던 나는 부동산에 연락을 하게 되었고,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막상 열어본 상가는 손상이 너무 심했고, 꾸미려면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 같아서 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곧장 이어서 본 근거리에 다른 상가는 내실이 있는 상가여서 마음에 들었으나, 내실을 보는 순간 검게 피어오른 곰팡이를 마주하고 말았다. 심지어 화장실은 주인세대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니 기가 막히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제 상가를 그만 보기로 했다. 적어도 나의 다짐은 그러했다.
나의 다짐이 또 한 번 무너지게 될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