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는 세상.
사진수업은 니콘으로 받았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캐논 카메라를 꺼냈다. 그저 예뻐서 사놨던 캐논 100D 화이트 에디션에 단렌즈를 마운트 했다. 오로지 내 맘에 드는 작은 부분을 살리고 아웃포커싱을 이용해 주변을 흐리게 하여 나의 취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한 달간의 수업이 끝날 무렵, 마침 <제철행복>의 김신지 작가님과 함께 제철행복 찾기를 하게 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미션을 위해 매일 집을 나섰다. 처음 찾은 나의 제철행복은 빗방울이 맺힌 짙은 초록의 나뭇잎이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를 나서자마자 보인 행복의 순간, 그것이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이다. 그리고 내가 초록의 매력에 빠지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매일 나의 제철행복을 찾아서 흐린 날에도, 이른 시간에도, 늦은 시간에도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게 되었다. 근거리에 나들이를 가거나 친구와 카페를 갈 때조차 내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나의 시선이 닿는 곳은 뷰파인더를 통해 또 바라보았다. 늦은 밤, 조명이 없는 곳에서는 도무지 찍히지 않아서 점점 낮에 외출을 하게 되었다. 점점 더 조금은 먼 곳으로.
점점 더 짙은 초록을 찾는 내가 낯설다. 좋아하는 색을 물으면 "보라색!"이라고 주저 없이 말해왔던 나인데, 지금은 온갖 세상의 초록이 좋다. 노란빛이 도는 연한 초록부터 파란빛이 도는 짙은 초록까지 말이다. 그중 파란빛이 도는 물기 머금은 초록색이 특히 좋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로 인해 점점 차가워지는 날씨에 초록을 잃고 울긋불긋 해지는 나무를 바라보는 건, 조금 슬프지만. 여름에 머물고 싶다.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공간에 둘러싸여 있고 싶다. 볕뉘의 행복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