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무모하게.
지난 문구페어에서 나의 사진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고, 오랫동안 염원하던 사진을 제대로 배워보기로 했다. 고작 1개월, 4회의 짧은 수업이지만 내겐 의미가 남달랐다. 누구나 꿈을 찾던 청소년기에 내 꿈은 사진작가였다.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사진으로 그 순간을 기록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좋아하는 것들이 집합된 그런 꿈의 직업이랄까.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생일선물로 디지털카메라를 받아내었다(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받아낸 것이므로 '받아내었다'가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하교 시간은 편도 3시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우리집과 고등학교는 끝과 끝에 위치하여 버스로도 1시간이 걸렸고, 내 걸음으로는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하교와 동시에 카메라를 들고 걸어오며 도시의 곳곳을 눈으로, 카메라로 담아냈다.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절실하게 꿈꿨으나 제대로 도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찾아온 사진을 배울 기회는 의미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사진을 배우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문구페어에서 손님으로 맞이했던 분이 알고보니 사진작가님이셨고 전주에서 사진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나는 매주 전주를 가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월요일 저녁마다 전주를 찾았다. 약 2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 되었다. 이론적인 수업을 들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으로 듣는 이론 수업은 낯선 단어들로 가득했다. 버벅거리면서도 매일 찍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맞이한 마지막 수업은 보정이었다. 라이트룸을 이용한 보정 수업을 위해 프로그램 구독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나만의 색을 찾으려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찍으면 끝이던 것에서, 색감이라도 조정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렵다. 찍는 것도, 보정하는 것도.
그러다 문득 '나만의 초록을 찾아볼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윤의 숲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