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윤의 숲. 10화

그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

by 윤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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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톺아보니 어릴 때부터 나는 손 쓰는 것을 좋아했다. 고장 난 가전제품을 분해해 보고, 학교에서 배운 납땜을 하며 더 예쁜 모양을 만들어가며 즐거워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한 플랜카드를 만드는 것조차 자를 들고 직접 그리고 오려서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테디베어 만드는 것을 배우고, 간단한 목공예를 배웠다. 주변 사람들이 사진을 보여주며 만들어 달라는 것도 곧잘 만들어냈다. 그렇게 용돈벌이까지 이어진 게 있다면 악몽을 막아준다는 드림캐쳐였다. 드림캐쳐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게 된 이유는 손목 인대의 손상이었다. 연일 줄을 감다 보니 인대가 찢어졌었다. 그래서 이제 만들지 않지만 여전히 가끔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꼬물거리기 좋아하는 손으로 정말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많은 사람에게 흔적을 남겼다. 어쩌면 그런 탓일까. 내가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진 이유가. 잠시의 행복을 선물하고, 나의 흔적을 남기는 것의 행복을 알아버린 탓이라 생각한다.


잠시 지나가는 바람을 탄 것이라 생각하고 상가를 둘러보는 것을 관두었었다. 헛된 바람이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


마음먹고 겨우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나의 다짐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아, 신경통이 번졌다. 발가락에만 있던 신경통이 손가락을 덮쳐왔다. 이건 낫지 않는 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점점 진행되어서 결국 장기 손상으로 이어진다고 했었다. 진행되고 있었다. 조용하게 진행된 신경통은 손을 못 쓰는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이 더 지나면 내가 좋아하는 만들기를 못할 거란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손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찾아왔고, 의욕 상실이 그러했다.


아, 그래도 하고 싶었던 건 해봐야지. 못해보고 후회하지 말고 해 보고 후회하자. 그래서 다시 몇 군데의 상가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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