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의 역설

개인은 열심인데, 조직은 왜 제자리처럼 보일까

by 다이버스담
혼란기는 위험한 시기지만, 가장 큰 위험은 현실을 부정하려는 충동이다.


최근 DBR 온라인 아티클 「12개 키워드로 미리 읽는 2026년」을 읽으며 눈길을 사로잡은 문장이 있었다.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아티클이 그려낸 2026년의 풍경—하이퍼 인텔리전트 퍼포머, DIFM(Do-It-For-Me) 경제, AI 네이티브 경험—은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글을 다 읽고 나서 내 안에 떠오른 질문은 단순했다.

"우리는 정말 그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높은 사용률, 낮은 성과의 미스터리

이제 직장인에게 ChatGPT 같은 생성형 AI는 낯설지 않다. 보고서 초안, 기획안, 아이디어 정리, 콘텐츠 제작까지. "일단 AI를 켜놓고 시작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 직장인의 절반 이상(51.8%)이 업무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와 달리 초라하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AI 활용도가 이렇게 높음에도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는 고작 1.0% 수준이다. '높은 활동, 낮은 영향'이라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AI를 쓰는 개인은 많지만, 그것이 조직의 구조적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정의한 "AI 임팩트 갭(AI Impact Gap)"이 바로 여기다.


착시와 현실의 괴리

2020년 당시만 보면 한국 대기업은 이미 AI 선두주자처럼 보였다. AI를 도입한 기업 중 91.7%가 대기업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였다.


전체 대기업 중 실제 도입률은 9.2%에 불과했고, 2024년까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은 2.9%에 머물렀다. 초창기의 화려한 숫자는 결국 허상이었던 셈이다.


더 흥미로운 건 '섀도(Shadow) AI' 현상이다. 직원의 54%가 회사 승인과 무관하게 AI를 쓰겠다고 답했다. 개인은 속도를 높이는데, 조직은 여전히 정체된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위기 신호일까, 아니면 기회의 전조일까.


한국의 현주소: 가능성과 한계

OECD 「디지털경제전망보고서(2024)」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기업 AI 도입률 1위(28%, 10인 이상 기업 기준)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수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극명한 양극화가 드러난다.


산업별 격차: 금융, IT, 헬스케어 등 데이터 집약적 산업은 AI를 선도하지만, 제조업과 유통업은 뒤처진다. 이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 공급망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진다.

기업 규모별 격차: 대기업(9.2%)과 중소기업(2.9%) 사이의 간극은 세 배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격차는 확대되고, 대기업의 투자 효과마저 희석될 위험이 있다.

현장의 제약: 「2024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꼽은 주요 애로사항은 도입 비용 부담, 전문 인력 부족, 데이터 및 인프라 미비였다. 필요성은 모두 인식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전형적인 ‘도입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변화가 본격화됐다. 리테일의 초개인화, 금융의 정교한 리스크 관리, 헬스케어의 조기 질병 발견처럼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전략적 우위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AI는 표면적으로는 선두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도입-통합 격차' 속에 있다.


격차의 본질: 무엇이 격차를 만드는가

이 역설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BCG 「AI Radar 2025」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C레벨 경영진의 75%가 AI를 3대 전략 우선순위로 꼽고 2025년까지 2,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상당한 가치를 얻었다고 응답한 경영진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핵심은 접근 방식의 차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전략적 혁신'이 아닌 '전술적 도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AI 가치 창출 전략의 3단계 (BCG 프레임워크)

1단계 - 도입(Deploy): 기존 워크플로우에 챗봇이나 데이터 자동 입력 같은 AI 도구를 통합하여 10~20%의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단계. 현재 대부분 기업이 여기에 머물러 있다.

2단계 - 재설계(Reshape): AI를 중심으로 핵심 비즈니스 기능과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여 더 큰 영향력을 창출하는 단계.

3단계 - 창출(Invent): 기존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AI를 통해 창출하는 단계.


성과가 저조한 기업들은 1단계에 자원을 분산시키지만, 변혁적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2·3단계에 투자의 80% 이상을 집중한다.


문제의 본질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리더십 부재: 현장 직원의 25%만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받음

교육 부족: 36%만이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

워크플로우 재설계 실패: AI를 단순히 IT 프로젝트로 취급하는 순간, 혁신은 사라지고 값비싼 자동화 도구만 남는다


역설을 기회로

흔히 거론되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AI 인재가 없다', '초기 비용이 부담된다'는 문제들은 현상의 일부일 뿐, 본질은 아니다.


문제는 AI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어떻게 도입/통합하느냐보다, 결국 "AI로 해결할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리더십과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가능성만 탐색하는 파일럿 프로젝트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이제는 문제를 선명하게 정의하고, 조직의 핵심 워크플로우를 과감히 '재설계'해야 한다. 이것은 IT 부서에 위임할 과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운영 체계와 문화를 바꾸는 전사적 혁신 프로젝트여야 한다.


실제로 JP모건은 계약서 검토 프로세스를, GE는 예측 유지보수를 AI로 혁신하며 가장 고통스럽고 가치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혁신은 화려한 도입이 아니라, 가장 아픈 지점을 바꾸려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DBR이 예측한 '에이전트 AI' 시대는 멀지 않았다. 2026년에는 AI를 도입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활용하고 있는가가 생존을 가르지 않을까. 기술은 이미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 도구로 무엇을 바꾸고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결국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리더십과 전략이 있어야 비로소 조직의 미래를 바꾸는 자산이 된다.


여러분의 조직은 지금 어디쯤 와 있나요?











BCG 「AI Radar 2025」는 BCG 공식 웹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BCG 공식 보고서 보기

읽으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조 자료: 국내외 주요 보고서 및 업계지/온라인 자료 (BCG, Forbes, Gartner, McKinsey, Statista, EY한영, 한국은행, NIA, KOSI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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