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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Jun 07. 2017

유기 토끼를 위한 프로젝트

생명다양성재단과 백양초등학교의 생태교육 프로젝트

삼토(오른쪽)와 일토(왼쪽)

두 토끼 중 온몸에 갈빛이 돌고 얼굴 가운데 하얀 강이 흐르는 녀석이 ‘일토’, 그리고 하얗게 말간 몸에 눈 주변에 재가 묻은 녀석이 ‘삼토’입니다. 두 녀석 모두 건장한 수컷들로 백양초등학교에서 평생의 룸메이트로 함께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연희 IC교에서 구조된 삼토(왼쪽), 함께 구조된 토끼는 먼저 다른 곳으로 입양간 이토(오른쪽)

두 녀석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컸지만 혈연관계는 아닙니다. 한 녀석은 서울 연희IC교 다리 옆에 조그마한 섬처럼 놓인 잔디밭에서, 또 한 녀석은 서울 서대문구청 내 잔디공원에서 한날 구조되어 보호소에 함께 들어갔습니다. 우연한 인연으로 연희IC교에 유기된 토끼를 서대문소방서와 케어(CARE)의 도움으로 구조하게 되었고, 후에 보호소에 있는 구조된 토끼를 데리러 갔을 때에 어찌된 연유인지 한 녀석이 더해져 함께 구조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둘의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구조되었기에, 보호소에서는 함께 구조된 것으로 오해한 듯 했습니다. 2015년 여름, 보호소에서부터 둘의 룸메이트로서의 삶이 벌써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아기토끼 시절의 삼토

 양손 가득 흙 한 줌씩을 모아 움켜쥐면 딱 토끼들의 무게와 대충의 크기가 될 것 같습니다.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새끼들이었기에 곧 입양처를 찾을 것 같았고, 실제로 토끼들에 대한 문의도 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입양처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녀석들은 한소끔씩 몸집이 커져 어느새 청년토끼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녀석이 지내기에 나름대로 여유가 있었던 케이지는 이제 둘에게 비좁은 방이 되어갔습니다.

케이지가 여유로웠던 아기토끼 시절
청년 토끼가 되어 케이지가 비좁아진 토끼들

 그 즈음부터 둘은 다투기 시작했는데, 사실 다투었다기보다 일방적으로 삼토가 수세에 몰리는 판국이었습니다. 케이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싶어 달려가 보면 삼토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그 뒤를 일토가 바싹 붙어 삼토의 혼을 빼놓는 것이었습니다. 털이 뽑혀 날리기도 하고 물그릇이 엎어지기도 하면서 어떨 때는 하루 온종일 일토가 삼토를 잡아대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공간 스트레스 때문에 둘 사이에 금이라도 갈까 걱정이었습니다.


 사실 일토와 삼토의 입양처는 겨울이 오기 전에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녀석들의 복지에 타협을 했더라면 말이죠. 토끼는 키우기 쉽고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반려동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키우기 쉬운 동물은 없습니다. 물론 손이 덜 가는 동물도 없죠. 누군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손이 거의 안 간다고 이야기한다면, 방치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의 높습니다. 토끼는 반려인과의 유대가 깊은 동물입니다. 낯도 가리고 자기주장도 강한 녀석들이죠. 그래서 아파트 베란다 케이지에서만 키울 예정이라는 곳에는 보낼 수 없었고, 조금 키우다가 몸집이 커지면 넓은 시골집에 보낼 예정이라는 곳에도 마찬가지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토끼에게는 지속적으로 돌봐줄 책임자가 최소 한 명은 있어야 했고, 뒷다리를 사용하여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와 넓이의 적당한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구조 초반에 함께 지냈던 이토(맨 오른쪽)와 일토, 삼토의 다정했던 모습.  


가장 먼저 입양을 갔던 이토는 입양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이후로 나머지 토기들의 입양은 굉장히 까다롭고 신중하게 진행하여 입양 보내기가 힘들어졌다. 


 그 해 겨울 11월, 경기도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토끼들을 입양하겠다는 전갈이 왔는데, 학교로 방문해보니 입양환경이 꽤 괜찮았습니다. 토끼장을 놓을 예정이라는 공간은 적당히 폐쇄되고 적당히 트여있었으며, 바로 옆에는 텃밭과 인공 연못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적한 편이라 소리에 민감한 토끼들에게 이 정도면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또 담당 선생님께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셨지만, 재단과 학교 간에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자 오히려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께서 반대를 하셨습니다. 결국 협의는 무산이 되었고,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 이듬해 다른 학교의 교장선생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백양초등학교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해있는데, 아파트 주거단지 내에 자리 잡고 있지만 바로 인접하여 작은 공원이 붙어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입니다. 토끼장은 학교 옆의 도로와 가장 멀리 떨어져있고, 한쪽 면은 담으로 막혀있어 소음으로부터의 노출에서 다소 안심이 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교장선생님과 담당 선생님들께서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고, 토끼장 설치 과정에서 금전적으로도 동등한 참여를 하였습니다.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한 토끼장을 학교로 싣고 왔다
지게차를 동원해 토끼장을 내려놓는 현장의 모습
재단 연구원들과 함께 토끼장 정비 작업에 가장 열심이셨던 백양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아이들과 교장선생님이 토끼들 먹이로 어떤 식물을 줄지 고민하고 있다
새 집에 적응 중인 일토와 삼토
토끼들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된 토끼장 내부

 토끼장 설치와 토끼의 입양 및 사육, 그리고 재단의 교육지원 사업에 대한 최종적인 협의를 마친 뒤 2016년 10월, 두세 차례에 걸쳐 토끼장 설치와 토끼들의 이사를 진행했습니다. 내부를 손보기 위해 세 번째로 학교에 방문했을 때에는 앞으로 토끼들을 돌보게 될 예정이라는 동아리의 학생들이 텃밭에서 토끼들에게 줄 채소를 끊어와 가져다주고 있었습니다.


백양초등학교에 설치된 토끼장 전경

 일토와 삼토는 이제 백양초등학교에서 돌봄을 받으며 평생을 지내기로 했습니다.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토끼의 입양을 하지 않기로 하였고, 사무국의 생명다양성교육에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동물복지에 귀 기울여주시고 그들의 안위에 치우침이 없도록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백양초등학교 송병일 교장선생님과 이경희 선생님께 대표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토끼장 설치 스케치 영상: https://youtu.be/5JKQBFdUy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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