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인간들의 아주 사적인 생존기
난 파이어족을 시간과 돈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했다.
시간과 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는 어렵다.
그래서 시간이란 토끼를 먼저 잡고,
시간을 활용해 돈이란 토끼를 쫓는 전략을 세웠다.
시간이란 토끼를 잡고 나니, 비로소 다른 토끼들이 보이더라.
파이어족은 내 인생의 최종 목적지와 같았다.
파이어라는 구조만 완성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거라 생각했다.
나는 시간과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했고,
시간과 돈만 생긴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돈과 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행복도 건강도 없었다.
약 없이 비행기도 못 타는 백수 우울증 환자일 뿐이었다.
우리는 당연하게 돈을 벌고 돈을 쓰지만,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살기도 한다.
목적을 모른다면 무조건 큰돈을 벌어야만 할 것이다.
10억을 벌면 50억을, 50억을 벌면 100억을 벌려고 한다.
심지어 행복과 건강을 해치면서 까지 돈을 벌 것이다.
결국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쓴다.
그것이 우리가 돈을 벌고 쓰는 유일한 목적이라 생각한다.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고 자유롭다면 돈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행복과 건강,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모두 갖추면 성공한 인생이다.
파이어족 = 행복한 부자 정도로 인식을 해왔는데,
파이어족은 성공한 인생의 절반밖에 안 되는 과정이었다.
돈과 시간을 써서 행복과 건강을 얻을 수 있다면,
내가 행복을 찾고, 건강해지는데 얼마가 필요할까?
그렇게 큰돈이 필요하진 않더라.
돈은 결국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
돈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경제적 자유와 시간의 자유, 몸과 마음의 건강, 일상의 행복.
모든 것을 갖춘 행복하고 건강한 진짜 부자.
이런 진짜 부자를 단순하게 수식화해 보자.
돈 + 시간 + 행복 + 건강 = 진짜 부자
즉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행복하고 건강한 것이 절반,
돈은 1/4밖에 안되더라.
내가 부자면 행복할 텐데 라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100억 쯤 있으면 행복하겠지.
돈이 100억이 있으면 부자라고 했을 때,
다양한 부자를 수식으로 생각해 보자.
돈 (1/1) 시간 (0/1) 건강 (1/1) 행복 (0/1)
돈과 건강만 있고, 시간과 행복이 없는 형태다.
통장잔고는 100억을 넘고, 신체는 엄청 건강한데
감옥에 갇혀 있다면 돈이 많아서 행복할까?
돈으로 행복과 자유를 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돈 (1/1) 시간 (0/1) 건강 (0/1) 행복 (1/1)
돈과 행복은 있지만 시간과 건강은 없는 형태다.
통장잔고 100억에 행복한 기억이 너무 많다.
주위에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이 엄청 많지만,
나이가 90대라 남은 시간과 체력이 없다.
이건 행복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돈만 가진 부자를 목표로 해선 안된다.
요양병원에서 많은 암환자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었다.
돈을 더 못 번 것을, 더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돈을 버느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돈이면 다 될 줄 알았는데,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더라고.
건강을 해치며 일만 했고, 돈만 가졌지만 써볼 시간도 없었다더라.
난 시간의 유한함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다.
덕분에 최대한 행복한 시간을 늘리자고 생각할 수 있었다.
오전에 국장, 오후에 코인, 밤에 미장,
잠도 안자며 트레이딩 하며 돈을 버는 것보다,
밖에서 운동하고, 가족, 친구, 연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더 성공한 부자의 삶이 아닌가 싶더라.
결국 나는 돈만 좇기보다는
돈(0/1) + 시간(1/1) + 건강(1/1) + 행복(1/1)
이런 구조를 먼저 완성하자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찾아봤다.
도전적인 프로젝트에 몰입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를 때
과거,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할 때
좋은 인간관계 (가족, 친구, 연인)
운동 특히 햇빛아래에서 유산소 운동
감사하는 마음 등이 행복의 요소라고 하더라.
요즘 나의 하루는 단순하다.
눈을 뜨면 햇빛 아래서 러닝을 한다.
돌아오면 요리해서 여자친구랑 같이 점심을 먹고,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글을 좀 쓰면 저녁을 먹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뒤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근데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태다.
예전에는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하게 살았다.
최근에는 과거를 생각하며 우울하게 살았다.
지금은 이 순간에 집중하며 행복을 느끼는 중이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다 보니까,
한 번씩 자산이 점프하는 순간이 오더라.
불안하지 않으니까 조급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으니 나무가 아닌 숲이 보이더라.
돈이 나를 쫓아오는 느낌이 들더라.
파이어는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과정이다.
난 평생 돈을 좇았다.
제목에 돈과 부자가 들어간 책은 무조건 사서 읽었다.
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말들도 많았다.
돈을 좇지 말라, 돈이 나를 쫓아오게 하라.
이미 부자가 되었다 생각하고 부자처럼 쓰고 생각하고 살아라.
내가 얻은 것은 겨우 시간 하나였지만,
하나의 계단을 오르기만 해도 훨씬 높은 곳에서
훨씬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더라.
어느새 나는 부자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었고,
돈이 나를 쫓아오게 살고 있더라.
나는 돈 외의 다른 토끼를 잡으면,
돈이란 토끼는 스스로 다가온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