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인간들의 아주 사적인 생존기
시간, 건강, 행복이 있으면 돈이란
토끼는 저절로 좇아온다고 했다.
나는 평생 돈을 좇으며 살았다.
어릴 적부터 가난하게 살았던 나는
항상 부자가 되기를 꿈꿨다.
정작 돈과 부자가 뭔지 모르는 나는,
뭘 해야 부자가 되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공부하기로 했다.
중고서점에서 '돈'과 '부자'가
들어간 책을 싹 다 사 왔다.
누구는 돈을 아껴야 부자가 된다.
누구는 돈을 써야 부자가 된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많은 책을 읽으며
나만의 언어로 돈과 부자를 정리했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개념들이
어느 순간 단순하게 보였다.
단순하니까 이해가 됐고
이해가 되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돈'과
내가 말하는 '돈'이 전혀 다르더라.
돈이라는 단어를 해체해 본다.
우리는 ‘돈’이라는 말을 너무 넓게 쓴다.
자산도 돈이고 부채도 돈이고
주식도, 부동산도, 코인도,
예금도, 신용도 돈이다.
수입도 돈이고 지출도 돈이다.
예금을 넣고 이자를 받아도 돈이고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아도 돈이고
부동산을 사서 월세를 받아도 돈이고
일을 해서 월급을 받아도 돈이다.
이쯤 되면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
성격이 전혀 다른 것들을
같은 단어 하나로 묶어 쓰니까.
우리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돈을 적게 써야 한다고 믿고,
싼 음식을 먹고 싼 옷을 입으며
일은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이게 정말 부자가 되는 길일까?
'돈을 벌겠다'라는 말은 참 애매하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고,
목표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이다.
그리고 목표에 대해 잘 모르면
절대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방향이 틀리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도착하지 못한다.
시간이 걸려도 방향설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더라.
나는 돈을 세 가지로 나눴다.
생존비, 성장비, 사치비.
사람들이 돈에 대해 헷갈리는 건
돈을 성격별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셋으로 나누고는
과감하게 돈을 쓰며
오히려 돈을 벌 수 있었다.
다 같은 돈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돈과
나를 죽이는 돈이 있더라.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이다.
집세, 식비, 교통비, 통신비 같은 것들.
없으면 진짜로 생존이 위협받는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생존비부터 줄이려고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큰 지출이니까.
나도 그랬다.
그건 절약이 아니라
존엄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생존비는 줄여서 부자가 될 순 없다.
건강을 잃는 것은 부자와 멀어지는 길이다.
미래의 나를 성장시키는 돈이다.
지금 쓰는 돈이 시간이 지나
나에게 더 큰 가치를 만들어 주는 것들이다.
책을 사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운동을 해서 체력과 건강을 늘리고
여행을 하며 관점을 확장한다.
자영업자라면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성장비다.
나아가 투자 역시 성장비다.
성장비의 핵심은 당장은 지출이지만
제대로 쓰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
있으면 기분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게 없다.
명품, 고급 외식, 과시용 소비 등
생존비처럼 꼭 필요하지 않고,
성장비처럼 나를 성장시켜주지 않는다.
내가 본 사치비는 대부분이
사회적 인식이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혹은 마케팅에 넘어가 일어나는 지출이다.
그게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순서다.
성장비는 쓰지 않으며
사치비를 쓰는 행위는 문제다.
성장하지 못한다면 절대
가난을 벗어날 수 없고
평생 출근을 해야 할 것이다.
돈을 세 종류로 구분한 뒤는
생각보다 쉽고 단순했다.
생존비를 먼저 확보한다.
생존비를 제외한 모든 돈을
성장비에 쓰고 사치비에 쓰지 않는다.
이게 전부였다.
부자란 사람들은 성장비에
돈을 쓴 사람들이었다.
마시멜로 실험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를 주며
15분을 참으면 하나 더 준다고 했다.
어떤 아이는 바로 먹었고
어떤 아이는 참았다가 두 개를 먹었다.
시간이 지나 보니 참았던 아이들은
학업도, 소득도, 건강도 좋아졌더라.
어른이라고 다를까?
지금 당장 사치하고 싶은 것을
몇 년만 참으면 두 배로 받는데.
누군가는 당장의 만족을 위해 사치하고,
누군가는 더 큰 보상을 기다리더라.
20살까지는 누구나 비슷한 삶을 산다.
성인이 되면 다들 다른 방식으로 산다.
'산다는 것'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어디에 돈을 쓰느냐 와 같다고 본다.
성장비에 돈을 쓰는 사람과
사치비에 돈을 쓰는 사람이
20대에는 큰 차이가 안 난다.
성장비는 미래를 위한 투자기 때문에.
하지만 20대에 방향이 달라지고,
30대, 40대, 50대,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은 절대 채울 수 없는 격차가 생긴다.
만 원짜리 식사는 생존비다.
100만 원짜리 식사는 사치비다.
하지만 내가 요리가 직업인 셰프라면
100만 원짜리 식사는 나의 성장비다.
대중교통이 없는 시골에 살면
자동차는 생존비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SUV를 타는 것은 생존비다.
10억짜리 슈퍼카는 사치비다.
누가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성장비가 되기도,
사치비가 되기도 한다.
돈을 아껴서 부자가 되라는 말은
사치비를 아끼라는 말이었고,
돈을 써서 부자가 되라는 말은
성장비에 쓰라는 말이었다.
노트북이 갖고 싶다면,
노트북으로 생산성을 높이자.
영상이라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글이라도 써서 블로그를 시작해야 한다.
노트북을 사치비에서 성장비로 바꾸자.
여행이 가고 싶다면
돌아와서 기록을 남겨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던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시야를 넓히던가.
새로운 언어라도 배워오자.
사치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치비가 성장비가 되는 삶을 살자.
7. 부자처럼 사는 것
부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자.
부자들은 사치비 많이 쓰던데?
부자는 성장비에서 나오는 돈으로
사치비를 지출하는데,
가난한 사람이 생존비를 줄이며
사치비에 쓰려고 한다.
이것이 부익부 빈익빈이다.
대부분의 사치비는 소유고,
대부분의 성장비는 경험이더라.
부자처럼 생각하고 부자처럼 산다는 말은
소유하기보단 경험하는 것이더라.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해외여행이란 사치를 하고 싶었다.
해외여행이 비싼 이유는
먹고 자고의 생존비가 커서다.
난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영어라도 배워 사치비를
성장비로 바꾸고 싶었다.
식당일을 하며 식비를 해결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선 주 3회 청소를 하며
공짜로 머무르며 숙박비를 해결했다.
생존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우고,
시야는 넓어졌고,
내 맘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사치는커녕, 비행기값 외엔
쓴 돈도 거의 없었다.
스트레치 존의 마법이었다.
20대에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쉬는 날이
내겐 일하는 날이었다.
모든 공휴일, 생일,
친구들이 모여 노는 날
항상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평생 일만 하면서 살 거냐고
친구들이 놀리곤 했었다.
친구들은 종종
시계는 좋은 거 해야 한다더라,
구두는 좋은 거 신어야 한다더라며
30만 원, 50만 원짜리를 사기도 했다.
난 내가 입은 옷, 속옷, 신발까지
다 합쳐도 5만 원도 안 된다며 웃곤 했다.
30대가 되었다.
난 여전히 만 원짜리 옷을 입고 사고
오천 원짜리 밥을 먹고사는데
어떻게 그렇게 부자처럼 살 수 있냐고 하더라.
어떻게 일은 안 하고 매일 해외여행을 다니냐고.
일을 안 하면 돈은 어떻게 버냐고.
난 아직 극단적 절약 중이고,
사치는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다.
마시멜로를 10년간 참았더니
마시멜로가 봉지째로 열리는
마법의 나무가 자라 버렸다.
내가 구조소득이라 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