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내 인생에서 가장 돈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다.
생존비조차 없어서 사람이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중고서점에서 '돈'과 '부자'가 들어간 책을 싹 다 사 와서 읽었다.
돌아보면 중고 책 몇 권 사는 별 것 아닌 행동이었지만,
생존비와 성장비의 개념을 몰랐던 나는 이 책을 사면서도 벌벌 떨었다.
며칠 굶더라도 이걸 읽고 더 큰돈을 벌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고심하고 고심해서 선택한 도박이었다.
책을 읽으며 돈과 부자에 대해 정의하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만들어 정리했다.
그때 내가 정한 나의 목표이자 부자라는 사람의 정의였다.
1. 욕심대로 지출해도 수입이 지출보다 클 것.
2. 일을 하지 않아도 지출보다 큰 수입이 생길 것.
3. 부도덕적으로 벌지 않고 명예롭게 벌 것.
부자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했다.
30억이면 부자라는 기준이 당시에도 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30억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는 세상이니 금액의 비교는 무의미했다.
확실한 것은 비교는 끝이 없고 행복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시간의 중요성은 당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나는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했는데, 정확히는 돈만 없고 시간이 있었다면
투잡, 쓰리잡을 하던 노가다를 뛰던 어떻게든 시간으로 돈을 벌었을 것이다.
난 돈이 없는데 돈을 벌 시간조차 없었기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명예롭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는데 당시 주위에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주 치사하고 더럽고 치졸하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며 돈을 벌었다.
내가 굶어 죽더라도 저딴 방식으로는 돈을 벌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목표가 구체적이어야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지출보다 큰 수입이 생기고,
(지출은 내가 사고 싶지만 참는 것이 아니라 내 욕심껏 지출이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빨리 달성하면 빨리 달성할수록
미래에 더 큰돈을 벌게 되니까 최대한 빨리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나는 '부자'라는 단어로 표현을 했지만, 내 목표는 '파이어족'이란 표현이 맞았다.
노트에 나만의 부자가 되는 방법을 정리한 것이 2013년.
11년 뒤 2024년 나는 파이어족이 되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저절로 벌리는 구조를 꿈꿨는데
당시 나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대형마트 내에 화장품 매장을 차렸는데 마트 자체에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아예 안 됐다.
다행히 감가상각비만 손해 보며 본사에 매장을 넘길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고 신청을 했었다.
금액 정산을 위해 재고조사팀은 와서 재고조사를 하고 있고, 담당매니저와 인사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이 전화를 걸더니 "본사는 절대 돈을 돌려주진 않을 테니,
고소를 하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라."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상 개인은 회사를 이길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대형마트는 의무공휴일이 없었고, 식시시간이라도 매장을 비우는 것을 금지했고,
어머니와 나는 3년이 넘게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출근해서 하루 9시간씩 자리를 지켜야 했다.
매장 앞에 지나가는 사람이 10명도 안 되는 날도 많았고, 일을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만 커졌다.
일은 하는데 돈은 벌리지 않고 가진 돈은 줄어만 드는 상황에서
내가 세상과 돈을 바라보는 관점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스위치를 누르면 당연히 불이 켜지고, 물은 왼쪽으로 돌리면 언제나 온수가 나오고,
집에서는 당연히 인터넷이 되는 등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있었다.
당연히 돈을 내야 받는 서비스였지만 너무 당연해서 돈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은 사실은 내가 노동을 해야만 굴러가는 것들이었다.
아니, 노동을 해서 급여를 받아야만 굴러가는 자전거였고 내가 페달을 멈추면
저 당연한 서비스들도 멈추는 것이었다.
심지어 노동과도 전혀 관련이 없었다. 돈을 버느냐 마느냐였다.
일을 해도 돈을 못 벌면 생존도 멈추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간절히 바랐다.
일을 해도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라, 일을 안 해도 돈이 벌리는 구조를 갖기를.
그걸 꿈꾸게 만들어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패시브 인컴으로 좋은 캐시플로를 만들어 쥐경주 게임을 탈출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캐시플로라 불리는 쥐경주게임을 구매했고 모임을 만들어 플레이했다.
게임의 한계인지 월급쟁이가 쥐경주 게임 (일과 소비의 무한 굴레)을 벗어나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를 통해 돈을 늘리고 (게임에선 싼 주식을 대출을 내서 매수한 뒤 매도하는)
그 돈으로 자산 ( 내게 고정적으로 수입을 만들어주는 )을 구매해 내가 쓰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더 커지면 쥐경주게임의 페이즈 1 작은 원을 탈출할 수 있다.
그 뒤 페이즈 2 큰 원은 정말 부자가 되면 탈출할 수 있게 된다.
작은 원의 탈출 조건이 파이어족이라면, 큰 원의 탈출조건은 부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구조소득 (내게 고정적으로 꾸준히 수입을 주는 것 )을 사모으는 게 조건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돈이 저절로 벌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 구조를 갖게 되는 순간,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뀔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나 대신 돈을 벌어다 주는 구조.
그게 없으면 나는 평생 쳇바퀴 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살아야 했다.
그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나의 생존 전략이자, 부자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이 허황된 꿈은 얼마나 불가능해 보였나.
일을 해도 지출이 더 큰 상황에서 어떻게 내 지출보다 큰 구조소득을 가질까.
앞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방법?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캐시플로 게임에서는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작은 구조소득을 여러 개 쌓아서 그 합이 지출을 넘기는 것이 조건이었다.
현실에서도 똑같이 수량만 늘린다고 생각해 봤다.
매 월 만 원 정도 들어오는 구조? 그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 블로그만 해도 월에 3~4만 원씩은 들어왔었다.
그런 구조를 시간을 들여 2개 3개 늘려가는 것?
충분히 시간만 들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월에 3만 원 들어오는 구조를 월에 6만 원으로 바꾸는 것?
그 정도도 시간만 있으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천만 원은 커 보였지만 100만 원이 10개, 10만 원이 100개라고 나눠보면 쉽게 느껴졌다.
막연하게 꿈꿔왔던 나의 이상적인 삶은 월에 50만 원의 배당이 들어오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나의 첫 구조소득은 예금 풍차 돌리기였다.
당시 재테크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략이었다.
월급의 70%로 1년짜리 예금을 가입한다.
다음 달 월급의 70%와 전달의 남은 현금으로 1년짜리 예금을 가입한다.
이걸 반복하면 13개월부터는 매 월 만기 예금이 나온다.
그럼 예금의 원금 + 이자 + 새 월급의 70% + 지난달 남은 현금으로 다시 예금을 가입한다.
이 구조에서 매번 매 월 만기되는 예금은 마치 월급을 두 번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말도 안 되게 적은 이자였지만 현금이 꽤 모였고, 절약과 저축을 생활화하게 되었다.
돈과 부자에 대해 공부하며, 캐시플로 모임을 시작하며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했다.
마찬가지로 적은 금액이지만 블로그에서도 매달 소득이 발생했고
내가 꾸준히 공부하고 글 쓰면 블로그에서 나오는 소득도 꾸준히 커질 거라 생각했다.
블로그는 특정 기업에 대한 글을 적었다가 법무팀을 통해 글이 삭제되고는
작은 수익마저 거의 없어지게 되었고 미련 없이 카페와 모임도 그만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하지만 돈이 벌리는 구조를 돈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든 지식으로,
비용없이 지식과 인내력만 있으면 돈이 벌리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체감했었다.
1번과 2번은 내 노동을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으로만 버는 진짜 구조소득은 아니었다.
그리고 꿈에만 그리던 임대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내가 너무 환상에만 빠져있었는지, 실제 경험한 임대업은 전혀 노동 없는 소득도 아니었다.
월세 30을 1년 받으면 360만 원이 들어올 줄 알았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비에 사람 바뀔 때마다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야 했고,
사람이 새로 들어오자마자 보일러가 안된다 하여 두 달치 월세를 써야 하기도 했다.
사소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화가 왔고 너무나 신경 쓸 것도 스트레스받을 일도 많았다.
그 사람이 특이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앞으로도 언제든지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있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언제든지 이상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캐시플로 게임에서 느낀 나의 로망과 같던 부동산이란 구조소득은 두 번 다시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배당주 투자라는 가장 쉽고 안정적인 구조소득을 통해 파이어족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 전 배당은 지금의 배당과는 그 성격과 느낌이 정말 달랐다.
미국시장에서의 배당의 힘과 배당의 성장력에 대해서는 여러 책을 통해 잘 알고 있었지만,
한국시장에서의 배당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배당을 받으면 배당금만큼 배당락이 생기고
차라리 배당 전에 팔고 배당락이 생기면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지어 배당으로 받으면 세금도 내야 하고 배당은 그냥 보너스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미국의 SCHD, JEPI 같은 대표 ETF에 한국인 투자자들이 몰렸고,
시간과 복리의 마법으로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배당투자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질세라 한국 시장에서도 월배당 ETF부터 특정 섹터·커버드콜 전략을 합친 상품까지 쏟아져 나왔다.
미국에서는 주 단위 배당 상품까지 등장했고, 부동산도 리츠를 통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30년 넘게 배당을 이어온 리얼티 인컴(Realty Income)이다.
이 상품을 통해 미국 부동산 시장에 간접 투자하면서도 매달 꼬박꼬박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배당 투자가 얼마나 쉬워졌는지는, 증권사 앱만 켜도 알 수 있다.
공시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종목을 클릭하면 지난 배당 내역, 지급 날짜, 배당률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배당률이 100%를 넘는 극단적인 ETF까지 나오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선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기에 ISA 계좌나 개인연금저축계좌 같은 절세 계좌와 결합하면 배당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 모든 변화가 대 배당시대를 가속시키고 있다.
나도 뒤늦게 급히 배당의 유행에 올라탔다.
ISA 계좌를 개설하고 다른 날짜에 분배금이 들어오는 월배당 ETF를 매수했다.
TIGER미국배당+7% 프리미엄다우존스에서 받은 분배금으로 TIGER미국테크 TOP10+10% 프리미엄
을 매수하고 TIGER미국테크 TOP10+10% 프리미엄에서 받은 분배금으로
TIGER미국배당+7% 프리미엄다우존스에 재투자하며 시간과 복리의 사이클을 빨리 돌리려 노력했다.
심지어 그 과정이 너무너무너무 재밌었다.
월급날에 더해 두 번의 분배금 지급일이 있으니, 한 달에 세 번 돈이 들어오는 날이 생겼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마치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너무 먼 미래가 아니라 며칠만 기다리면 돈이 들어오니까 기분이 좋더라.
근데 결국 조금 지나 보니, 아무리 자주 받아봤자 수익률이 몇이냐가 중요하더라.
1년에 12번 받아서 연 5%냐, 1년에 4번 받아서 연 10%냐.
답은 명확했다. 당연히 후자였다.
그래서 나는 배당을 ‘자주’ 받는 구조보다 ‘많이’ 받는 구조로 방향을 바꿨다.
월배당 ETF 일부는 비중을 점점 줄이고 연배당이지만 수익률이 더 높은 배당성장주의 비중을 늘렸다.
한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고배당 우량주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렇게 하면 지금 당장의 배당금도 챙기면서, 장기적으로 시세차익까지 누릴 수 있었다.
결국 배당투자의 핵심은 ‘돈이 얼마나 자주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크게 불어나냐였다.
시간이 갈수록 상승장에서의 커버드콜이 섞인 ETF에선 관심이 멀어지고,
배당도 주며 주가도 오를만한 종목에만 눈이 가게 되었다.
배당을 자주 받는 건 기분을 좋게 하지만, 크게 받는 건 인생을 바꾼다.
나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투자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나는 극단적으로 아끼고 절약해야 겨우 살아남는 생계형 파이어족이다.
이렇게 10년을 살아도 나는 똑같이 검소하게 절약하며 살아야 한다.
그건 나의 목표 욕심껏 지출하는 삶과 거리가 멀다.
내 인생이 바뀌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가가 몇 배씩 상승을 해야 하고,
그 시간을 노동 없이 버틸 수 있게 배당으로 받쳐줘야 하는 구조였다.
월급처럼 자주 들어오는 배당은 생활의 활력을 주고, 주가가 흔들릴 때 나를 잡아준다.
연 4회 받는 굵직한 배당은 자산을 눈에 띄게 불려줬다.
이런 조합으로 단순히 배당받는 재미를 넘어 ‘배당으로 사는 삶’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러니까 결국 나의 싸움은 돈과 시간이 아니라 구조였다.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흘러들어오는 구조.
2013년의 나는 그걸 ‘부자’라고 불렀고, 지금의 나는 그걸 ‘파이어족’이라고 부른다.
그때 노트에 적은 전략은 나를 이끌어온 가이드이자 안내서였다.
작은 구조소득들을 모아, 결국 내 지출보다 큰 수입이 들어오는 삶을 만들었고,
내가 꿈꾸던 일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구조를 달성했다.
지금의 현실을 과거엔 미친 듯이 간절하게 바라며 매일 벽에 붙은
생각은 현실이 된다 라는 글귀를 읽고 또 읽으며 스스로를 세뇌시키곤 했었다.
나는 10년이 걸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배당투자를 더 일찍 더 잘 시작한다면
이 기간은 훨씬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파이어족의 무기,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배당투자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