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순한 공식을 2013년 목표로 세웠고 2024년에 파이어족이 되었다.
2013년부터 꾸준히 장기간 목표를 향해 달려왔냐 물으면 절대 아니다.
23년 12월만 해도 돈은 없지만 공황장애로 일을 하기가 힘들어 일용직을 전전했다.
닭공장에서 필리핀, 우즈벡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중이었다.
손이 얼어붙을 것 같아 고무장갑 안에 낄 면장갑을 받으러 사무실에 방문했다.
관리자는 코를 막으며 사무실 내엔 절대 들어오지 말라며 장갑을 내 앞에 던졌다.
장갑을 주워 돌아오며 나도 그들 눈엔 외국인 노동자들과 같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나는 파이어족이 되었다.
인생의 밑바닥이라 생각한 시기 나의 자산과 파이어족이 된 이후의 나의 자산은 똑같았다.
달라진 건 나의 생각뿐이었다.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로 내 인생이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마치 돈에게 쫓기는 노예에서, 돈을 지배하는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평생 사람은 당연히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배우며 살아왔다.
클라이밍을 직업으로 해오다가 어깨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하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어깨 수술을 위해 MRI를 찍다가 폐소공포증까지 생겨버렸다.
그때 나는 어깨를 덜 쓰며 넓은 곳에서 일을 해야겠군, 하고 생각했다.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우연히 워런 버핏의 책을 집어 들고는 다시 읽다 보니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들에 눈에 가더라.
버핏이 20대에 아주 작은 돈을 벌고는 더 이상 일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 알았다. 가이코처럼 강력한 해자를 가진 훌륭한 기업을 찾아서, 그 가치보다 훨씬 싼 가격에 거래될 때 사 모으기만 하면 된다. 이 시스템이 나를 위해 일해 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월급을 받기 위해 내 시간을 팔 필요가 없다. 부자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한 문장을 읽는데 내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퍼즐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이루는 것 같았다.
워런 버핏이 가이코라는 회사의 가치를 깨닫고 자기 재산의 반 이상을 집중투자하며 생각했다.
정말 좋은 기업이 저평가되어 있을 때 집중 매수하서 기다리기만 하면 돈은 계속해서 늘어나겠다고.
그리고 가이코는 현재 버크셔해서웨이에서 인수하여 운영 중인 그 가이코 보험회사가 맞다.
당시 은퇴를 생각한 버핏의 자산은 엄청 적은 금액이었지만 본인은 앞으로 그 돈이
늘어날 일은 있어도 줄어들 일은 없다고 판단했었다.
난 출근을 해서 시간을 팔아 시간당 급여를 받는 형태로만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꾸준히 배당주를 투자했고, 배당금을 받아왔지만 이 배당금이 내 직업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좋은 회사건 안전한 회사건 어찌 됐든 주식이다.
주식은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이고, 언제든지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
그런 위험자산에 내 돈을 올인할 수는 없잖아?
결국 주식으로 큰돈을 버는 사람은 주식에 투자해도 될 여윳돈이 큰 부자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주식이 위험한 투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주식은 은행 예금보다 훨씬 안전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워런 버핏은 어떻게 가이코란 회사가 100%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란 걸 깨달았을까.
나도 버핏처럼 생각할 수만 있다면, 내 모든 현금을 확실한 기업에 올인해서 기다릴 수 있다면
나도 노동소득보다 훨씬 큰 자본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워렌 버핏이 가졌던 그 '확신'을 나도 가지고 싶었다.
나 스스로를 100% 설득시키기 위해, 단 하나의 불안감도 남기지 않기 위해,
나만의 '생존 투자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봤다.
1. 꾸준히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회사인가.
2.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고 그 배당금이 성장 중인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되어있는 가?
이 정도를 만족하면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저 조건을 뒤집고도 주가가 떨어지거나 회사가 휘청일 이유는 뭐가 있을까?
4. CEO, 회사의 경영진은 믿을만한 사람인가?
5. 갑자기 나타난 경쟁사에 회사가 휘청일 가능성은 없는가?
위 5가지 조건을 만족한다면 나도 집중투자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올인을 하지 못했던 것은 무지와 불안감이었다.
그제야 주식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공부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
공부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투자할 회사에 대한 확신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과정,
그래서 나의 불안감을 지워나가는 과정이 바로 공부였다.
확신이 커질수록, 내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도 커져가고, 나의 수익도 커지더라.
뒤늦게 워런 버핏의 책을 다시 읽고는 투자에 대해 처음부터 새로 배우는 느낌을 받았다.
버핏의 말대로 10년간 보유할 수 있으며, 주가가 오르건 떨어지건 잠을 푹 잘 수 있는 주식.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주식을 찾고 거기에 올인을 하기로 다짐했다.
그 뒤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최악의 경험이었던 마지막 직장엔 퇴사를 알리고 사직서를 작성했다.
만기가 다가온 청년도약계좌와 예금, 주택청약통장까지 해지하며 현금을 끌어모았다.
물려있던 주식도 상승 중이던 주식도 미련 없이 싹 팔아버렸다.
그리고 현대차 우선주에 올인했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의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누군가는 나의 선택을 무모한 도박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이 결정은, 수많은 고민과 공부 끝에 내린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나는 더 이상 매일 아침 호가창을 바라보며 주가의 등락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내가 투자한 것은 변덕스러운 주가가 아니라, 기업과 주주로서 맺은 배당이라는 약속이었다.
만약 잘못되더라도 회사가 약속한 최소배당금을 받을 수 있으니 절대 잃을 수 없는 투자였다.
예상대로 1년 이상 일을 하지 않는 상태지만 여전히 자산은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자산은 늘어만 가지, 줄어들 일은 없다.
이 시스템이 나를 위해 일해 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월급을 받기 위해
내 시간을 팔 필요가 없다. 부자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워렌 버핏이 20대에 느꼈을 그 짜릿한 해방감을, 난는 30대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다.
버핏의 가장 유명한 투자 원칙이 왜 그렇게 단순하고도 단호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더라.
규칙 1.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
규칙 2. 첫 번째 규칙을 절대로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