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는 줄어들고 있다. 아니 현금, 정확히 대한민국 원화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에 맞춰 내 소득도, 자산도 일정하게 늘어난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비해 내 소득이 멈춰 있거나 더디게 오르면, 우리는 순식간에 뒤처진다. 특히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순간, 원화만 들고 있다면 나의 자산만 낮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월급은 조금씩 오르는데, 왜 삶은 여전히 팍팍할까? 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모은 통장 잔고는 숫자로만 보면 늘어나는 것 같지만, 마트나 주유소에 갈 때마다 오히려 더 가난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원화의 가치는 빠르게 떨어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매일 열심히 일해 쌓은 현금이 실질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이다. 현금만이 옳고, 안전하게 은행에 저축하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더 이상 안전한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내 저축이 오히려 내 돈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주범이다. 원화가치의 이유들을 살펴보자.
달러 대비 원화의 구조적 약세
최근 환율이 1,400원을 다시 넘어섰다는 뉴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나의 관점에서 볼 때, 원/달러 환율은 이미 장기적인 상승 추세선을 따라 우상향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1,200원대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의 경제 구조에서는 당분간 그럴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1,370원 정도가 새로운 바닥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 시장에서 원화의 구매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1달러짜리 물건을 사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가가 즉시 상승하고, 이는 곧 대부분의 생필품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이 되면 우리의 실질 생활 물가는 더욱 오를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의 근본 원인은 통화량(M2)의 끝없는 팽창에 있다.
즉 한국에서 원화의 가치를 지닌 화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화의 가치는 떨어지게 되어있다.
그간 통화량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최근들어 통화량은 더욱 급격하게 늘어났다. 통화량이 폭증하면 돈의 희소성이 떨어진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저축의 역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사람들은 월급을 받고 남은 돈을 은행에 저축하는 행위를 가치를 보존하는 가장 안전한 수단이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은행에 넣어둔 돈은 은행 시스템에 들어가는 순간, 신용 창조라는 마법 같은 과정을 통해 시중에 돈을 불리는 재료로 쓰인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법정 지급준비율(일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예: 90만 원)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할 수 있다. 이 대출을 받은 사람이 그 돈으로 물건을 사고, 그 돈이 다시 다른 은행에 90만 원의 예금으로 들어간다. 은행은 이 90만 원 중 다시 81만 원을 대출한다. 이것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최초 100만 원 저축은 은행 시스템을 거치면서 실제 100만 원보다 훨씬 더 많은(명목상의) 돈을 시장에 만들어낸다. 즉, 나의 저축 행위가 통화량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모든 원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현금만 고집하며 저축을 늘릴수록, 현금이 실질적인 가치를 잃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만든다. 이렇게 늘어난 통화량은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실질 자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올해 4월 2,280 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3,700포인트를 돌파하며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지수를 경신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기업 성장을 넘어, 통화 팽창 시대의 냉혹한 결과로 보여진다. 통화량이 늘어났고, 넘쳐나는 돈들은 주식이나 부동산같은 실물자산으로 들어가 자산의 가격을 급등시켰다. 그 결과가 지금 현재의 코스피 지수다.
이 과정에서 자산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부의 격차는 급속도로 벌어졌다.
주위의 모두가 자산 가격 상승으로 돈을 벌 때, 현금만 쥔 사람들은 흔히말하는 벼락 거지 신세가 되어버린다.
더 슬픈 사실은, 부자에 속하는 그룹은 1인당 평균 7,800만 원의 유가증권(주식)을 보유했고, 가난한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은 1인당 평균 66만원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하더라. 그 말인 즉슨 최근 몇달사이 코스피 지수가 60% 이상 급등했을 때, 7,800만 원을 가진 사람의 자산은 수천만 원 단위로 불어났지만, 66만 원을 가진 사람의 자산은 고작 수십만 원 늘어난 셈이다.
주식 시장의 급등이 '부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부동산 시장은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이 아주 큰 투자 혹은 투기자산이었으며, 동시에 생존에 필수적인 거주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집을 사야하는데, 평생의 월급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와버렸다. 현금만 성실하게 모아온 대다수의 사람들은 치솟는 집값 앞에서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는 좌절되었다.
이 지옥 같은 경쟁에서 승자가 된 사람들은 어떻게든 대출을 일으켜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확보하고, 빚을 갚으며 아파트값이 오르기를 버틴 사람들이다. 더 빠르게, 더 과감하게 레버리지(빚)를 이용해 자산을 갈아탄 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뒤늦게 따라가려던 사람들은 이미 오른 집값으로 고점에 대한 부담감과 높아진 대출 금리에 괴로워했다. 반면, 부동산을 이미 보유한 사람들은 화폐 가치 하락을 실물 자산으로 방어하며 자본 이득을 극대화했다.
우리는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이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현금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한미 통화 스왚이 체결되냐, 아니냐. 관세가 몇퍼센트로 협의가 되느냐, 등등 수많은 사건들의 결과에 의해 당장 우리 통장에 들어있는 돈의 가치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우리 화폐의 가치가 높아만 지는 일은 없다. 적어도 현금보다는 인플레이션을 따라 함께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패역할과 동시에 이런 화폐가치의 순간에 우리 자산을 증가시키는 창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현금만 고수하는 것은 이 거대한 경제 전쟁에 맨몸으로 나서는 것과 같다. 화폐 가치 하락 시대에 우리는 반드시 자산을 소유해야 한다. 자산 소유는 이제 더 이상 부자가 되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다가오는 경제 환경 속에서 삶과 미래를 지키기 위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