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절규>
여기저기 다 아프다! 악!
3월
연초 여행을 다녀온 후 ‘족저근막염’이 생겼다. 불청객 같지만,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아이가 어려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다가 셋이 처음 떠난 여행이었다. 발 아픈 줄 모르고 많이 걸었다. 그렇게 3박 4일의 여행이 끝나고 며칠 뒤부터 발뒤꿈치가 걸을 때마다 신발에 못이 박힌 듯 아프기 시작했다. 바쁜 일정이 있던 터라 발을 움직이는 것부터 운동도 가지 못하니 고역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그 좋아하는 산책을 못 가니 답답하기 시작하고 온몸이 삐거덕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벗어나야지. 벗어나야지.’ 족저근막염을 시작으로 몸 이곳저곳이 작고 크게 병이 났다. 그리고 우울감과 번아웃까지 동반해서 나를 괴롭혔다. 사실 그래서 몇 달이 지금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묵묵히 기다려 준 남편에게 고마울 뿐이다.
9월
목이 이상하다. 목을 타고 내려오는 등 부분이 이상하다. 목을 뒤로 넘기기가 어렵다. 왼쪽 오른쪽을 바라보기도 아프다. 식은땀이 날 정도로 찌릿한 통증이 온 등을 타고 등줄기로 흐른다. ‘베개가 문제인 걸까?’ 3년 전, 머리가 전기 통한 것처럼 쿡쿡 찌르는 통증으로 병원에 갔었다. 일자목 진단을 받고 운동법을 배웠다. 좋지 못한 자세로 컴퓨터, 휴대전화, 책을 보니 일자목이 또 말썽이다. 목디스크로 방사통일지 겁이 났다. 미리 찾아본 정보는 더욱 불안하게 한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이다.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원래 다니던 병원도 좋았지만, 이번엔 새로운 곳으로 가보았다. 첨단 기계를 가진 제법 큰 병원이다. 선생님이 세분 있고 모두 젊으셨다. 열정적인 3과 선생님께서는 정말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말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단어 사이사이에 풍겨 나오는 그 진심을 알고 있다. “첫 번째, 주사를 권합니다. (이하생략) 두 번째, 주사가 거부감이 드신다면 충격파를 하시면서 호전도를 보시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하생략)”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시는 걸 보니 그 전 몇몇 환자들의 볼멘소리 경험이 있으신듯했다.
“그냥 선생님이 최선으로 생각하시는 것을 해주세요. 첫 번째 주사 맞는 걸 해보겠습니다.” 존경과 믿음의 눈망울이 3과 선생님의 따스한 눈망울을 만들어 냈다. ‘믿어야지. 목에 주사를 3번 맞는 건 너무 두렵지만 그리 아프지 않다고 하시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어.’ 주사실에서의 나는 정말 어린 소녀가 되었다. 가녀린 모습으로 주사실에 누웠다면 뭔가 어울렸을 법한데 지금 생각하니 살짝 부끄럽다. 주사를 맞고 이틀 뒤부터 정말 멀쩡해졌다. 그 뒤로 다시 관리를 좀 하는 듯하다 또 허술해졌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11월
‘오. 신기하군. 11월이 되면 늘 말썽이던 계절 알레르기가 사라졌다.’ 아이를 낳고 나은 건지 건강해진 건지. 고맙게도 늘 가렵던 눈은 멀쩡하게 보내는 11월이다. 감기도 최근에 앓은 적 없는 걸 보니 건강해지고 있는 걸까 싶다. 꾸준한 운동만이 답이다. 스테퍼를 응용해 1분만 운동해도 땀이 비 오듯 나오는 운동기구도 집에 장만했다. 후기가 좋아서 두 달 만에 10킬로를 감량했다는 말에 주저 없이 결제를 눌렀다. 며칠을 열심히 하니 효과가 나타나는 듯하던 찰나, 아뿔싸. 또 몸이 고장 나버렸다. 으악! 뭉크의 <절규>가 내 머릿속 내 얼굴 같았다. 정말 소리 지르고 싶다. 나도 그처럼.
9월에 갔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발목이다. 발목 인대가 늘어난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아팠다. 이번엔 1과 선생님을 만났다. 3과 선생님 못지않게 수려한 말솜씨를 자랑하셨다. 자세히 알려주시는 선생님을 만나기 쉽지 않다. 신뢰가 생겼다. 2주째 발 깁스를 하고 있다. 4주는 더 해야 한다. 호전이 없다면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두렵다. 운동도, 산책도 할 수 없다. 될 수 있으면 움직임을 자제하라 하셨다.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또다시 우울감이 살짝살짝 고개를 든다.
3월의 아픔은 몇 달의 우울감을 들고 나타났었다. 9월의 아픔은 금세 끝나버렸다. 쉽게 평화를 찾아서일까, 관리하지 않은 안일함을 낳았다. 무슨 일이든 꾸준함이 답이다. 11월의 아픔. 운동 한번 해보겠노라. 열심히 운동하는데 억울하게 다시 병원에 가야 했다. 신발을 제대로 신고 운동을 해야 했는데 맨발에 무게중심을 발꿈치 쪽에 둔 탓이었나. 제발 어서 다 나아서 어서 운동 하고 싶다. 몸이 하나둘 고장 나는 느낌이 계속 들지만, 다시 관리하며 나를 다져본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세기면서 올해 나의 ‘세 번의 절규’를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