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발로 도망가 봐야 러닝머신 위야. 달려도 도망 못 가.’ 그의 단호함이 우리가 결혼할 것을 예견한 것인지, 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 것인지, 불안함을 이기기 위해 내뱉은 소망의 말이었는지 물은 적 없다. 그때 나는 억척스러움이 묻지 않은 아가씨, 장난스러운 물음에 그의 대답이 사뭇 진지해서 정말 일리가 있는 말 같아 끄덕였다. 대꾸 없이 끄덕이는 나를 보며 많은 부분 순응해 줄 줄 아는 여자라 착각한 남편도, 신을 사줘도 도망가지 않는 나도 같이 9년째 살고 있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인도해 준다고 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좋은 곳인가 물으면, 결혼 후 흙먼지, 개펄에도 들어갔다 나온 내가 웃으며 말한다. “그의 신발이 나를 좋은 곳으로 데리고 와주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작은 꽃신을 신은 사내아이까지 있어 든든하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