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류 Jul 10. 2024

이응노 <자화상> ,1968


삼각김밥     


 이응노의 자화상에서 나는 삼각김밥을 떠올린다. 삼각김밥의 추억은 오니기리의 연관을 찾아가는 나의 외국어 배움의 역사와 닮았다. 삼각김밥의 탄생지가 일본인 것과 일어 일문학과를 복수전공 한 것. 류관순의 후예로 한국 역사를 배우며 일본을 적대시하는 마음으로 커왔던 것. 일본에 사는 이모할머니의 현지 생활 이야기를 듣는 재미있는 경험. 일본 정부 장학생이 되어 1년을 보낸 나는 일본을 미워하는 감정만을 갖고 있는것은 아니다. 나의 경험이 지금의 생각을 만들었다. 그 나라의 사람들은 역사, 정치와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을 사서 한입 물어보는 저녁 삶 속에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엄마와의 이탈리아 아트트립(Art trip; 미술관 여행)에서 만난 일본이 놀라웠다. 수많은 미술관에서 만난 일본은 타국의 문화재를 복구하는 데 엄청난 이바지를 하는 나라였다. 반 고흐의 그림에서 우키요에 판화를 만난 날은 역사의 입장에서의 일본에 대한 질투심이 생겨 앓아누울 정도였다. 분명 서방국에서 특색과 이국적인 매력을 가진 나라였다.     


 일본 교육청인 문부성에서 많은 나라 외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자국을 알려 나가고 있다. 영어라는 언어를 특기로 갖고 있던 내가 일본 교환 학생을 선택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동급생들과 선배들은 미국 교환 학생을 가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일본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1년간 장학금을 매달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을 10대 때부터 계속 꿈꿔왔다. 금전적인 부담을 더는 드리고 싶지 않았던 삼 남매 중 둘째인 나는 돈을 받으며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함께 머무는 교환 학생들과의 관계이다. 미국에 교환 학생을 가게 되어도 미국 현지 학생들과 자주 만나며 지내게 될지, 함께 교환 학생을 지원한 학생들과 지내게 될지를 생각해 보면 나 스스로 답이 나왔다. 동양 국가의 문화와 동양인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영어권 국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내가 일본 교환 학생을 선택해 지원한 이유였다. 해외 교환 학생을 가기 위한 여정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일본어와 영어를 더욱 강하게 다졌다. 학교에서 총 6명의 후보를 선발했다. 일본 정부 교육청 문부성에서 뽑은 사람은 나였다. 그렇게 나는 발탁되어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남의 돈을 받으며 공부하는 행운을 2학기 총 1년간 누렸다.     


 나의 예상대로 동양 국가의 문화와 동양인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영어권 국가 친구들을 만나 매일 함께 학교에 가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었다. 언제나 그들 속에 나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 들 사이에서 ‘Cool Kelly’로 불리며 털털한 나의 성격과 유쾌한 농담으로 영어권 유럽권 국가 친구들을 아우르는 한 명의 동양인이었다. 의사를 꿈꾸던 생물학과 친구 미국인 Leslie는 나의 BFF(단짝; best friend forever)로 나의 영어 실력이 더욱 늘게 해준 조력자였다. 그들과 같은 처지에 있지 않으면 그들과 친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그들이었고 그들은 나였다.     


 이응노의 그림은 삼각김밥이 아니었지만, 그의 이불 속 웅크린 자화상을 통해 나는 나의 소중한 대학 시절의 자화상을 확인한다. 나에게 있어 가장 유쾌하고 많은 경험을 내 의지로 할 수 있었던 청춘의 자화상이 오늘 밤 무척 그립다. 꺼내 보일 수 있어 행복하고, 꺼내볼 추억이 있어 반갑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수근 <꽃신>,196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