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왜 안 주지?라고 생각하니, 서버가 수레를 끌고 왔다. 여러 종류의 빵들이 있었고, 우리 각자에게 "당신은 무슨 빵을 드시렵니까?"라고 묻는다.
그래, 당연한 질문이잖아. 하지만 제일 먼저 그 질문을 받은 일행이 우리 눈치를 보며 '나 뭐라고 대답해야 돼? 어서 구해줘~!'라는 눈빛을 보이다가, 이내 우리말로 우리에게 물었다. "뭐라고 대답하죠?"
다행히 우리를 구원하는 이민영 가이드가 나서서, 모두에게 조금씩 종류별로 달라고 얘기해 줬다. "아니, 뭘 그렇게 눈치를 봐요?"라고 우리에게 눈치를 주면서.
"무슨 빵을 주세요."라고 하는 것보다 "다 주세요."가 더 편하니까...
립스틱을 잘라 바른 것 같은 비주얼. 하지만 작고 예쁘고 반짝이는 그것은, 버터.
빵이, 당연히, 맛있겠지.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이라구. 맛이 없으면 내 입맛이 촌스러운 게 아닐까라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빵이 맛있었다. 벌써부터 너무 많이 먹으면 배부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고작 빵이랑 버터에 감탄하고 있던 우리 앞에 꽃 접시가 도착했다. 마치 이런 작품 앞에선 우아하게 가벼운 감탄사를 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교양인으로서의 예절(?) 같은 걸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다른 일행들도 나와 동시에 "우와~"하고 소리를 낸 것을 보면 모두들 비슷한 느낌이었을 테지.
첫 접시부터 화려함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켰다.
이런 요리는 솔직히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
온전히 음식이라고 나온 것이 이런 비주얼을 가진 것을 아직은 본 적이 없었으니. 어떻게 먹어야 하나 싶은 의문으로 일행들의 눈치를 보며 접시에 담긴 꽃잎을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 맛있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 이렇게 하자. 이건 "모르는 맛".
뒤 이어지는 요리들 역시 화려한 비주얼과 손가락 마디만큼의 양, 거대한 접시들이 고급 요리임을 증명하듯 한다. 알고 있는 재료들의 조합임에도, 입 안에 넣으면 모두 모르는 맛들을 선사 했다. (이거 참, 열몇 개나 되는 고급 음식을 먹어 놓고 "모르는 맛"이라고 퉁치고 넘어가려 하다니...)
우리는 각각의 음식에 맞춰 추천 와인을 먹을 수 있는 와인 페어링도 같이 했는데, 오묘한 맛의 요리인 듯하다가도 이 와인들을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나면, 코와 입안 전체에 복잡하고 미묘한 향이 돌았다. 와인 페어링을 안 했더라면 코스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놀라운 점은, 와인을 따라줄 때마다 라벨 사진을 찍어 검색을 해 봤더니, 가격으로는 매우 저렴한 와인들이었다는 점이다. '비싸게 먹는 코스인데 왜 와인은 싼 걸로 주는 거야?'라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지만, 그 비용의 가치는 결국 "마리아주"라는 용어로 막연히만 알고 있던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나에게 직접 경험하게 해 주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