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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점심

스페인 미식 여행 - 7 | ABaC (미슐랭 2 스타)

by 탱강사

어제 Lasarte에서 이미 한 번 경험을 해서인지, 우리 일행은 모두 조금은 더 여유가 있는 분위기다.


어제는 이민영 가이드가 우리를 대신해서 뭘 물어봐 주지 않으면 우린 모두 주는 대로 먹기만 했는데, 오늘은 다들 음식이 나올 때도, 먹으면서도 음식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하면서 먹었다.


나오는 음식들은 해산물이 더해진 요리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향이 좀 강한 편이다. 페어링 해서 나오는 와인들도 와인 자체의 맛과 향이 독특하게 도드라지는 편이라, 어제의 Lasarte와 비교가 된다.


"Tuna"라고만 했다. 아마 뼈들도 참치 뼈겠지.
새우 머리 주스(?)와 플랑크톤 빵이란다. 무엇?
앤초비와 킹크랩, 로즈마리, 페코리노 치즈라는데. 각각은 대략 그 맛을 알겠지만, 이를 한 데 섞어 먹는 맛이란?
씨 배스 위에 캐비어, 감자칩.
야생 토끼 고기와 비트 소스. 그래 봐야 모르는 맛이라...
송아지 쇄골 부위와 가지, 흑마늘. 전반적으로 비주얼적인 재미는 덜한 편.


어디가 좀 더 맘에 드냐는 이민영 가이드의 질문에 두 명은 Lasarte, 두 명은 ABaC이 더 맘에 든다는 대답을 했다. 나는 Lasarte의 안정적이고 고전적인 음식보다는 ABaC의 새로움이 터지는 음식들이 더 맘에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민영 가이드가 창의력이 폭발한다고 극찬했던 Disfrutar는 어떨지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이디아사발" 치즈라는데? 이를 얼린 다음 따뜻한 양고기와 함께 양고기 수프랑 같이 먹으란다.
그렇게 즉석에서 만들 준 얼린 치즈와 양고기, 양고기 수프
디저트의 시간. 우유에 유자향을 더해 얼린 아이스크림
달고 신 "팝콘"이라고 했지만, 팝콘 모양의 아이스크림이었다.
민트와 레몬 소르베. 이제야 이름이랑 모양이 매치가 되는 음식이 나왔네.
망고, 레몬 그리고 주니퍼의 구슬 아이스크림. 상대적으로 엄청 평범한 음식이네.
립스틱을 한입에 꿀꺽! 옴뇸뇸. 엄청 달구나...


새로운 요리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나는 경험이겠지만, 이야기가 잘 맞는 사람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금방 친해져서 대화가 너무 재밌다는 얘기를 하는 데는 역시 즐거운 식사 시간의 역할이 지대하다. 먹고 떠드는 것이 일상인 유럽 사람들에 비해 밥상머리에서는 조용히 밥만 먹으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네 지난 인생이 가엽게 느껴질 정도다.




어제처럼 런치가 끝나고 나오니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식사 자리에 어울리는 구두를 신었던 여자 일행은 다시 운동화로 갈아 신고, 여행자 신데렐라로 돌아왔다.


부른 배를 꺼뜨리고자 우리는 몬주익 언덕으로 향했다. 몬주익 성을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어 들어가지는 못했고, 문 앞에서 아쉬운 맘에 음악을 틀어놓고 스윙 재즈를 추는 것은 여행자들의 객기?


마치 남산에 올라온 것 같기도 하고, 야경은 부산이나 인천항을 내려 보는 듯 하지만, 거대한 대포나, 내려오는 중턱의 근사한 카탈루냐 미술관 건물을 보니 역시 여기는 겨울에도 따뜻한 바르셀로나.


늦어서 못 들어간 몬주익 성. 구글맵 정보가 종종 틀리더라니.
사람 키보다 큰 거대한 대포. 언제 적 거였을지 궁금했는데 찾기가 어려웠다.
바다가 보이니 부산 야경 같은 느낌도. 물론 잘 보면 훨씬 다르지만.
고전적인 찬란함을 뽐내는 카탈루냐 미술관
한적하고 선선해서 산책하기 좋다. 물론 여러 명이 함께라 그렇기도 하고.
스페인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야경. 멋지다!


가이드 이민영님 소개 : https://www.facebook.com/minyoung.lee.5623293
미식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한 여행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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