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비야도 식후경

스페인 미식 여행 - 8 | 세비야 보데가 산타크루즈

by 탱강사

바르셀로나에서 세비야까지는 기차를 타고 4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사진 2020. 2. 9. 오후 10 32 04.jpg 바르셀로나 SANTS 역에서 기차를 탄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스페인 중부의 풍경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다. 그런데 웬 걸, 기대에 비해 스페인 중부의 풍경은 적막한 편이었다. 아주 드물게 언덕 위에 성이 있는 풍경이 보일 뿐,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황량한 벌판만 이어졌다. 올리브 나무들이 가득한 곳을 지나기도 했지만, 올리브 나무의 색깔도 애초에 찬란한 편이 아니라 영 기분이 안 나는구나.


사진 2020. 2. 9. 오후 10 32 34.jpg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언덕 위에 있는 성이고, 그 앞으로 올리브 나무들이 있지만, 메마른 땅이 제일 많이 보여서 별로 멋이 없다.




세비야의 하늘은 오면서 보던 벌판만큼이나 흐리고 칙칙했다. ㅠㅠ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역시 작고 고전적인 동네에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잠깐 머문 동안 구시가의 좁은 지역만 봐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세비야는 사실 스페인에서 4번째로 큰 도시다.)


사진 2020. 2. 9. 오후 10 33 09.jpg 세비야 기차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풍경이 아기자기한 느낌
사진 2020. 2. 9. 오후 10 33 25.jpg 건물이며, 마차 같은 것들이 역사 유적 관광지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 우리는 숙소에 짐을 던져 놓고 바로 관광객 모드로 돌입했다. 이민영 가이드가 우리의 저녁 스케줄을 위해 플라멩코 공연 정보를 알아보고 오는 동안, 우리는 먼저 세비야 대성당 구경을 갔다.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지금까지 봐 왔던 성당에 비해 투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뭔가 이질적인 외관이다. 이슬람 사원이 있던 곳에 더 크게 성당을 짓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한편으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독특함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진 2020. 2. 9. 오후 10 33 32.jpg 다른 나라에서 보던 성당들과 달리 험블한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투박한 인상의 외관과는 달리 성당 내부는 지금껏 봐 왔던 어떤 성당보다 화려함이 돋보였다. 그 화려함이라는 것이, 온통 금으로 세공된 조각들이 뒤덮고 있는 것이라, 아름답다기보다는 위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 2020. 2. 9. 오후 10 33 48.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3 58.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09.jpg 콜럼버스의 관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27.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30.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34.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47.jpg



여기까지 왔는데 또 안 올라가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30층이 넘는 건물을 걸어 올라가는 정도의 높이라는 히랄다 탑. 통로도 좁고 가파르고 숨도 찬데,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그래도 다 올라오면 마음은 달라진다. 언제 또 이 높이에서 세비야를 내려다볼 수 있겠나. 흐린 날씨가 다만 원망스러울 뿐.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37.jpg 히랄다 탑의 꼭대기. 힘들게 올라왔으니 4 방향으로 다 돌아봐야지.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13.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17.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40.jpg 날씨가 아쉽다, 날씨가.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50.jpg 오렌지 나무가 심어져 있는 정원
사진 2020. 2. 9. 오후 10 34 43.jpg 정원에서 올려다본 히랄다 탑


다음 관광지는 바로 옆에 있는 알카사르. 그런데 이게 뭐야? 설마 이 줄이 다 알카사르를 들어가기 위한 줄인가? 기차에서 찾아봤던 알카사르의 풍경이 꽤나 인상적이어서 궁금증이 크기는 한데 말이지... 이럴 땐 꼭 모두들 이 말을 꺼낸다. "금강산도 식후경"


사진 2020. 2. 9. 오후 10 35 00.jpg 알카사르가 궁금했지만 이 줄을 보니... '다음에 다시 오자'


미리 봐 둔 음식점이 있다. Bodega Santa Cruz. 세비야의 맛집 하면 최상위에 올라 있는 음식점이다. 손님이 붐빈다는 검색 결과에 걱정했지만,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다행히 앉을자리가 있었다.


사진 2020. 2. 9. 오후 10 35 08.jpg 맛집으로 유명한 보데가 산타크루즈 Bodega Santa Cruz


배도 고픈 데다, 타파스라 양이 많지 않을 거란 예상에 비슷한 가격대의 음식들을 주르륵 주문했다. 애매한 시간대라지만 여전히 몰려드는 손님에 바쁜지, 무심한 듯 툭 음식들을 던져놓고 간다.


사진 2020. 2. 9. 오후 10 35 15.jpg
사진 2020. 2. 9. 오후 10 35 24.jpg


보기엔 뭐 별 거 없는 주전부리 같은데, 하나씩 집어 먹으면 희한하게 계속 들어가는 맛이다. 짭조름한 햄이나 고소한 오일의 향들이 질리지도 않는다.


바 앞에는 덩치만 컸지 아직 철없이 젊어 보이는 친구들이 낮술에 기분이 좋은지 합창을 부르며 눈길을 잡았다. 그다지 시끄럽거나 눈살이 찌푸려지진 않고 오히려 귀여운 느낌이다. 우리 여자 일행은 커피를 주문하러 바에 갔다가 이 친구들에게 잡혀 연신 같이 사진을 찍고 왔다.


사진 2020. 2. 9. 오후 10 35 20.jpg 오른쪽에 보이는 이 친구들은 우리가 식당에 왔을 때부터 나갈 때까지 계속 노래를 부르며 웃고 떠들고 놀더라. 직원들은 약간 귀찮아하는 표정이던데...


그렇게 주목을 받으며 주문한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금강산 아니, 세비야 구경을 다시 할 기운이 난다.


가이드 이민영님 소개 : https://www.facebook.com/minyoung.lee.5623293
미식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한 여행 전문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