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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an 28. 2018

바다 위에서 먹고 잔다는 건?

스쿠버다이빙-26 | 아직은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다 | 2011년 4월

배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식당에 모이니 브리핑이 시작됐다. 배에서 생활하는 동안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제일 먼저 설명해 줬다.


배에 구비된 구명 장비들, 즉 구명보트와 구명조끼가 어디에 얼마나 비치되어 있는지 알려주었다. 만일 배에 문제가 생기면 벨이 울리는데, 각 객실에도 구명조끼가 준비되어 있고, 갑판에도 구명조끼가 있기 때문에 방에 있을 때는 방에 있는 구명조끼를 챙기고, 그렇지 않으면 갑판에 모여 구명조끼를 챙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아무리 소중한 물품이 있어도 챙기지 말고 즉시 대피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통신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2011년만 해도 리브어보드에서 Wi-Fi를 쓰는 것은 보편적인 환경이 아니었으며, 대체로 위급 상황에서의 통신 수단 개념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 바다 한가운데 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심하게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위급하게 육지에 연락하여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혹시라도 집에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이 있으면 비용을 내고 위성 전화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집이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 올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바다에 떠 있는 동안은 아무에게도 연락받지 못하는 특권(?)이 생긴다. 이것 참 불안한 행복일세...

 

그다음으로는 배에서 생활하면서 모두를 위해 서로 배려하고 신경 써야 할 규칙들에 대한 설명이다.


리브어보드 배가 가장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물, 즉 생활용수라고 한다. 바다를 떠다니는 조난 영화 같은 데만 봐도 물 위에 떠서 먹을 물이 모자라 죽을 고비를 넘기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리브어보드 역시 제한된 물을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도 여행자 손님이 지내는 배라 물이 모자랄 정도는 아니라지만,  샤워나 세수를 할 때에는 물을 계속 틀어놓고 여유롭게 쓰지는 말라고 한다. 변기에는 화장실용 휴지를 포함해서 아무것도 버리지 말란다. 수압이 약해서 물이 안 내려가고 종종 막힌단다.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변기가 막혔다는 방들이 나왔다.) 그리고 변기에 물을 내리면 그게 바로 바다로 보내진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은데 이건 잘 모르겠다.


배에는 드라이존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는데, 사실상 "실내"라고 하는 곳은 모두 드라이존이다. 아무리 바다 위에서 지내고 물속에서 다이빙을 하고 오지만 실내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실내에 들어올 때는 몸의 물기를 다 제거하고 들어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바깥에 샤워 시설과 수건들이 준비되어 있다.


배에서의 전반적인 하루 일과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설명해 주었다.


하루 일과를 결정하는 거의 모든 이벤트는 식사와 다이빙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를 알리기 위해서 종을 치는데, 매 식사 시간에 종을 치고, 다이빙 준비를 위한 시간에 종을 친다. 아침 기상은 종을 치지 않지만 식당에는 간단히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빵과 커피 같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한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 줄 주방장과 다이빙을 안내하고 이끌어줄 다이브 가이드를 소개했다.


다이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를 해 줬다. 우리의 하루는 최대 5번의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이 잡혀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잔 마시고 다이빙, 아침 먹고 다이빙, 점심 먹고 다이빙 낮잠 자고 다이빙, 저녁 먹기 전에 나이트 다이빙 이렇게 하면 하루 총 5번의 다이빙이다. 그야말로 먹고 자고 다이빙하는 생활의 연속이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구나...


배의 뒤쪽에 있는 다이빙 데크에는 각자 배정된 공간이 있어서 옷을 갈아입고 장비를 챙길 수 있게 되어 있고, 다이빙 포인트에는 작은 보트를 옮겨 타고 가게 된다. 아직은 얘기로만 듣는 거라 어떤 식으로 다이빙이 진행되는지는 알듯 모를 듯 하지만, 이제 곧 알게 되겠지.


첫날의 하루는 이동을 하고, 브리핑을 하고, 짐을 챙기고, 장비를 정리하고, 배를 둘러보고, 리브어보드라는 이 여행이 앞으로 어떤 놀라운 일들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것으로 보냈다.


아직은 모두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서먹하다. 서로 소개를 나누기도 했지만, 먼 길을 날고 흘러온 피로와 어색함이 겹쳐, 방에서의 휴식에 대한 욕구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일주일 남짓을 머무를 이 배 Stella Maris의 출렁거림에 익숙해 지기 위해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뉘었, 아니 내동댕이 쳤다.


배의 침대는 집과는 다르다. 침대가 딱히 불편하거나 낡은 것은 아니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습하거나 지저분함도 없어 오히려 호텔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침대는 움직인다. 출렁출렁, 울렁울렁. 그리고 그르렁대기도 한다. 우리 방은 Lower Deck, 그러니까 배의 아래층에 있는데, 선 체로 창 밖을 보면 수면이 내 허리쯤의 높이에 있는 물에 반쯤 잠긴 위치의 방이다. 이 낮은 곳의 방은 엔진 소리가 온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정도 크기의 배에, 이 정도의 엔진 소음이라면 배 안 어디에서도 엔진 소음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일수록 소음의 크기와 진동은 몸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다.


그래도 하루 종일 먼 길을 온 피로가 은근히 쌓인 탓인지, 침대에 누워 베개에 머리를 묻고 나니, 엔진 소음은 비행기 소음과 다를 바가 없고, 바닷물을 가르며 나는 물소리는 자장가 같이, 흔들리는 뱃전은 요람으로 느끼며 금방 잠이 들고 만다.


하지만 눈이 쉽게 떠졌다. 좀 더 자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가, 엇? 그래, 바다 위에서 일출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갑판 위로 올라갔다. 선선한 바람에 사방이 온통 수평선뿐인 곳에 우리 배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그런 풍경이다. 아무런 볼 것도 없지만, 한편으론 이런 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다행히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저쪽 바다 위로 노란빛이 보이는 걸 보니,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망망대해에서 일출을 볼 수 있겠다. 오오! 해가 뜬다. 광활한 바다에서 뜨는 해는 어떤 모습일까? 은근히 기대를 했었지만 수평선 위에 노랗고 밝은 해의 점. 마치 추상화 같은 모습이다.


그래도 직접 보고 느끼면 사진보다는 감동적인 일출


좀 더 멋진 풍경이 나오지 않을까 계속 보고 있던 시간이 무색하게, 해는 생각보다 금세 수평선에서 멀어져 버렸고,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식당은 이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이미 직원들이 그릇을 달그락거리며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토스트에 식빵을 넣고 커피를 따르고 있으니 이제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타났다. 분명 고급스러울 리 없는 커피와 식빵, 땅콩버터와 잼들이겠지만, 망망대해 위의 배에서 맞는 첫 아침은 괜히 그냥 낭만적이다.


첫 다이빙을 위한 브리핑이 시작됐다. 첫 다이빙은 보통 "체크다이빙"이라고 하는 맛보기 다이빙을 한다. 오래간만에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나처럼 장비를 모두 대여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또 모든 다이버들이 여러 가지 컨디션을 체크하고 조절하기 위한 다이빙이다.


일반적으로 체크다이빙은 보통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편이다. 여행의 첫 다이빙이라 수심도 얕고, 평범한 모래바닥의, 물도 잔잔한 곳을 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물속 생물도 많이 볼 것이 없다. 그런데 투바타하의 바다는 처음부터 느낌이 다르다. 우리를 처음 반겨주는 것이 상어라니.


낯선 바다로의 여행을 반기러 마중 나온 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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