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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Feb 04. 2018

중성부력을 연습해 보자

스쿠버다이빙-27 | 물속에 곤돌라라도 있는 것인지 | 2011년 4월

체크 다이빙을 마치고 별달리 이상한 점도 없고, 바다는 너무 편안하고 아름다워 마음은 훨씬 안정되었다. 그런데 두 번째 다이빙을 하고 보니 어쩐지 불편한 점이 느껴진다. 물속에서 몸이 무거운 것이 느껴졌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그 느낌은 더 해서 수심을 유지하려 계속해서 오리발을 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BCD에 공기를 넣어도 하체가 가라앉는 것은 여전했다.

 

물에 좀 익숙해졌으니 웨이트를 좀 줄여볼까? 체크 다이빙과 두 번째 다이빙을 하는 동안 내가 차고 있던 웨이트는 6kg. 내가 입은 웻수트는 열대 바다에서 흔히 입는 3mm 두께의 긴팔 수트이다. 웨이트를 4.5kg으로 줄이니 훨씬 몸이 가벼워졌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도 더 적어지고 편안해지고, 공기 소모도 줄어든 것 같다.


그렇게 안정되다 보니, 편안하게 있는 상태에서는 지금의 웨이트도 아직 필요 이상으로 채워진 것 같다. 아직 더 줄여도 될 것 같아 조심스럽게 0.5kg을 더 빼서 4kg으로 했다. 좀 더 편해졌다. 그렇게 몇 번의 다이빙을 하면서 편안함에 익숙해지다 보니, 4kg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과감하게 1kg을 빼서 3kg으로 웨이트를 맞췄다. 오! 훨씬 편하잖아?! 이제는 오리발을 차며 수심을 유지할 일도, BCD에 공기를 넣고 빼고 하는 일이 거의 없어도 편안하게 물에 떠 있을 수 있다.


이제야 무중력의 상태를 제대로 느끼게 된 거다. 처음에는 6kg으로 시작을 했으니 나는 얼마나 잘못된 웨이트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그럼 이번뿐만 아니라 그 전 다이빙들도 내가 중성부력을 제대로 못 맞추고 있었던 거였군?'

 

투바타하의 바다는 지금까지 다녀왔던 몇 안 되는 바다들 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이것이 투바타하 바다 자체가 좋아서 그런 건지, 리브어보드로 온 육지와 떨어진 먼 바다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도 따뜻하고 시야도 깨끗하고 물고기들도 많으니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

 

나도 이제 리브어보드도 와 보고, 다이빙 횟수도 쌓여가고 있으니, 그에 걸맞은 다이빙 실력을 좀 키워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 즐비한 역사적인 미술품들도 너무 많이 보이면 시큰둥해지듯이, 투바타하의 바닷속 풍경도 아름답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계속 아름다우니 다른 변화가 필요하기도 했다.

 

이번에 들어가는 포인트는 약한 조류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시야는 뻥 뚫려 있고, 등 뒤쪽으로는 검푸른 망망대해지만, 눈 앞에는 푸른 산호초에 밝은 햇살이 오로라처럼 일렁이고 있고, 하얀 모래바닥과 산호초가 만나는 곳에는 Whitetip Reef Shark들이 낮잠도 자고 있고, 어슬렁거리며 산호초의 주인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약한 조류는 실어 나른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도록 마치 컨베이어 벨트로 나르는 것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우리를 밀어준다. 내 몸은 완전한 중성부력, 움직이지 않아도 눈앞에는 멋진 풍경이 슬라이드쇼처럼 흘러가고 있고, 내가 할 일은 오직 편안히 숨 쉬는 것뿐이니 어디 이보다 더 편한 다이빙이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내가 해 볼 수 있는 연습을 좀 더 해 보고 싶었다.

 

이 동네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상어


내가 쉬는 숨으로도 떠오르고 가라앉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꼬따오에서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때 강사님이 바닥 닿지도 않는데 가만히 붙어 있는 걸 보면서 감탄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도 그렇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천천히 깊이 들이쉬었다. 그렇다고 몸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숨을 내쉴 때쯤이 되니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숨을 천천히 계속 내쉬고 있었지만 몸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다시 숨을 들이쉴 때가 되니 떠오르던 몸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호라, 내가 숨 쉬는 것보다 한 박자 늦게 몸이 움직이는군! 좀 더 숨 쉬는 박자와 몸이 움직이는 박자에 익숙해지도록 연습을 한 후에, 몸을 바닥 가까이 붙였다. 적당히 숨 쉬는 간격을 조절하니 내 몸은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로 가까이 머무를 수 있었다.


나를 실어 나르는 조류 덕에 저 앞을 보니 조그만 바위가 다가오고 있다. 적절히 일찍 숨을 들이쉬니 바위 앞에서 몸이 살짝 떠올라 바위를 피해 간다. 다시 내쉬고 바닥에 붙었다. 조류에 몸을 실은 채로 마치 레트로 게임의 장애물 점프처럼 숨 쉬는 타이밍에 맞춰 내 몸은 바위도 넘어 피하고, 산호도 넘어 피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중성부력에 맞는 웨이트도 맞추고 숨 쉬는 타이밍도 몸에 익히고 보니, 정말 그동안 내가 다이빙을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해 왔었구나 싶었다. 자세도 훨씬 안정적으로 변해서 바닥을 향해 오리발을 차서 모래먼지를 일으킬 일도 없어진 것 같았다.


좋은 데 왔는데 뭐라도 하나 성장하고 얻어가는 것 같아 뿌듯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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