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안따즐따합니다.

★경축★ 다이빙 100 로그 달성!

by 제인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참 모순적인 인간이다.

뭔가 새로이 하나를 시작하려면 걱정을 몇 날며칠이고 하다가, 막상 시작하면 한 달을 채 못 간다.

전철 타고 지나가는 한강 물길 위에서는 물을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바닷속은 물고기처럼 누비고 다닌다.

수영도 못 하면서, 스쿠버 다이빙은 한다. (사실 수영 배우려고 두 번 정도 등록을 했었는데 킥보드를 놓을 때가 되면 무서워서 더는 수영장에 나가지 않았다.)

울며 불며 다시는 안 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더니, 다이빙 100 로그를 달성했다.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바다, 필리핀 아닐라오에서.


하나의 취미 생활을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비교적 꾸준하게 해 본 것이 처음이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뒷심이 부족하여 제대로 지속시키지를 못했는데, 금방 흥미를 잃어서 먼지가 한가득 쌓일 때까지 잘 꺼내보지도 않는 성향인데, 어쩌다가 그렇게 무서워하던 것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신기함'이다.

바닷속에 들어가면 안전상의 이유로 신경 써야 할 여러 가지의 절차가 있는데, 그 절차를 잘 지킨다면 비교적 안전한 모험이 된다. 바닷속의 다이빙 포인트들은 육지로 치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던 관광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고 포인트마다 매력적인 요소가 콕콕 있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안전하게 그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다. 더군다나 바닷속이 아니라면 내가 어디에서 무중력 체험을 해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육지에는 푸르고 우거진 숲이 있다면 바다에는 산호초가 있다. 응원단석에서 파도타기 하는 것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는 연산호 군단도, 돌덩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단하고 큼직한 산호도, 뾰쪽뾰쪽 울타리처럼 날카로운 산호도 있다. 심지어 크기는 한 주먹도 안 되는, 작은 연산호가 우람한 나무의 자태를 뽐내는 것처럼 우뚝 서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허영심'이다.

이제는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렵지 않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고, 나는 왜 취미가 없는 인간인 것인지 한탄하던 때와는 다르다. 취미가 스쿠버다이빙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박'이라거나, '그걸 어떻게 해요?'라는 식의 생각보다 격한 반응을 보여준다. 그러면 나는 '수영 못하는 저도 하잖아요.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라고 멋짐을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벌렁거리는 콧구멍을 숨긴 채 굉장히 태연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보고 좋았으면 그냥 조용히 사진을 보며 혼자만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도 있을 텐데, 지금처럼 글로 남기고 여기저기 퍼뜨리는 것도 사람들의 '우와'하는 반응을 보고 싶어서인 거니까. 그래봐야 일 년에 한 번 정도 떠날 수 있는 다이빙 여행에서 세상만사 다양한 것을 다 본 것처럼 자랑하는 모습도, 나에게 너무나도 흔치 않은 경험이면서 흔하게 하는 경험인 것처럼, 평범하게 말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나의 허영심을 가득가득 채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세 번째 이유는 '연대감'이다.

나의 본업은 학원 강사이다. 수업 준비도, 학생 관리도, 대부분의 업무는 '나'에게 달려 있고 그러다 보니 업무 자체가 개인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동료 선생님들과 업무에 대한 고충을 나눌 수는 있으나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나 혼자 감내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떠올려보면 독서와 전시회 관람인데, 이것들도 개인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물론 독서 모임이나 문화 모임을 통해 경험한 것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사색과 내면의 성찰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다이빙에서의 연대감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다이빙을 위해 여행을 가면 같은 다이빙샵에서 여러 날에 걸쳐 같은 경험을 하고 감정을 나누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가 튼다. 바닷속에서 발견한 것이 있으면 같이 다이빙을 들어간 버디와 팀원들에게 신호를 주어 알리기도 하고, 보트에 올라와서는 발견한 것에 대해 감격하며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감상을 쏟아낸다. 누군가 필요한 물건이 없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고민할 틈도 없이 나서서 서로 도와준다. 이전에 각자가 가보았던 다이빙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세계를 또 꿈꾸게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3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려움을 '아더사이드'로 방향을 틀었더니,

5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려움 위에 올라타 그 흐름에 맡겨 보았더니,

어느덧 이렇게 내 취미생활을 있는 힘껏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다는 넓고,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바닷속세상은 더없이 많으니

안전하게, 즐겁게 다이빙하며 나를 알아가야겠다.


꼭 바닷속세상이 아니어도 좋으니,

이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삶 속으로 안따즐따하기를 바라며,

그 안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찾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안따즐따합니다!

노을.jpg 안따즐따는 안전하게 다이빙! 즐겁게 다이빙!의 줄임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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