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 같을 때
“왜 내 팔자는 늘 이 모양이야? 다들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잖아!”
일을 잘하는 제 친구는 이 말을 자주 합니다. 그녀는 회사에서 탄탄한 지위에 무척 잘나가고
있고, 식구들도 잘 건사하고 있으며, 친정에 일어난 어려운 일까지 척척 잘 처리합니다.
일 잘하는 이에게 더 많은 일이 생긴다는 건 역시 진리일까요?! 열심히 일하고 잘 쉬고 싶은
그녀에게 ‘쉼’은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일과 가정 문제들을 잘 해결해내는 그녀의 솜씨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며 감탄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친구는 이제는 너무너무 버겁다고 토로합니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으면 어깨가 으쓱하고 자존감이 올라갔지만, 십
수년째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이제는 팔자타령을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슬쩍 호흡 명상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예측할 수 있는 답이 돌아왔어요.
“어우야~ 머리가 이렇게 복잡한데, 명상까지?
나 좀 내버려둬. 내가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이제 명상까지 해야 돼?”
그 친구는 명상이라는 ‘일’이 더 늘어나는 느낌에 숨이 막혔던 모양입니다. 이런 반응은 제
친구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익숙한 반응이에요. 너무 바쁜 마음을
쉬어보는 일이 명상의 시작인데, 명상이란 다른 별도의 ‘일’을 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롯한 거죠.
눈코 뜰 새 없이 너무 바쁜 당신이라면 명상에 대해 딱 한 가지만 기억해두세요.
바로 ‘마음을 쉬게 하자’입니다.
자,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데 한가하게 명상을 어떻게 하나 싶은가요?
명상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바빠서 엄두가 안 나나요?
그럴수록 단순한 명상의 원리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일이 많아 마음이 복잡하고 숨이 턱턱 막힐 때, 그 마음을 일시에 모두 내려놓고 쉬어보는
겁니다. 적어도 십 분은 말이에요.
다만 십 분간 맥주 한 캔을 마신다,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핀다, ‘짤’들을 보면서 낄낄거린다,
아이돌 영상을 본다, 게임을 한다, 같은 행위도 멈춥니다. 이 행위들은 즐겁기는 하지만
마음을 쉬게 하지는 못해요.
마음의 쉼은 말 그대로 쉼이어야 하기 때문에 좋아함, 짜릿함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 행위조차
거리를 둡니다. 잘 살펴보면 스트레스가 심할 때 좋아하는 것(커피, 술, 담배, SNS, 게임 등)을
하려고 하는데, 이때는 답답한 마음을 도피하려는 욕구가 깔려 있거든요. 이는 마음 직면이
아닌 도피이고, 도피하기만 하면 마음을 길들이기 어려워요.
그렇다면 물멍, 하늘멍, 불멍처럼 단순한 자연물 바라보기는 어떨까요? 이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더 근본적인 마음 쉼은 그저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호흡하며
앉아 있는 거예요.
24시간 편의점처럼 돌아가는 뇌의 활동에 셔터를 내리고, 불을 끄고, 브레이크 타임을
가져봅시다. 먼저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편안히 앉아요. 그저 반듯하되 편하게 앉으면
됩니다. 방석 위라든가 가부좌를 튼다든가 같은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고는 편안히
한숨, 한숨 정성껏 쉬어봅니다. 아마도 숨만 쉬려 하면 나를 꽁꽁 묶어두는 것 같아서 힘들
거예요. 그럴 땐 속으로 ‘다 놓자, 십 분간’을 주문처럼 외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걱정이나
불안을 내려놓고, 숨 쉬기로 계속 돌아옵니다.
마음이 바쁘다는 건 걱정과 불안에 물들었다는 뜻이고요. 이때 숨이 빗자루가 되어 얼룩진
마음을 쓸어냅니다. 이 브레이크 타임은 언제나 바쁜 당신에게 진짜 쉼의 가치를 가르쳐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