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서

산길을 걸으면서 행복한 마음

by 안신영

"구구구 구국, 구구구 구국."

"뻐꾹! 뻐꾹! 뻐꾹...."


이른 아침 새들은 일찍 일어나 지저귀며 숲의 아침을 연다.

산비둘기의 구슬픈 울음과 맑고 투명한 뻐꾸기의 정겨운 소리 따라 숲 사잇길을 걷는다.

신록의 싱그러운 나무가 밤사이 깊은숨을 토해낸 호흡이 살며시 살갗에 부딪는 느낌이 좋다. 숲 속엔 소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 온갖 나무들의 새싹도 여린 잎을 내밀고 가녀린 모습으로 숲 속에 동참한다.

연초록 여린 잎을 앙증맞게 달고 큰 나무 밑에서 안간힘을 쓰는 아기 참나무를 만나면 언제 자라 우람한 나무로 변할까 기다려지고, 한편으로는 캐어다 화분에 심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곁에 두고 숲을 느끼고 싶은 욕심 이리라. 어린 나무 한 포기 있다고 숲이 느껴지겠느냐만 어린 풀포기 가엾기도, 애잔한 마음에 그러리라. 다 욕심 이리... 자연 햇살과 바람으로 부대끼며 자라야 나무로 자라겠지... 하며 마음을 고쳐 먹는다.


도시 한 복판의 아침에서는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일들도 가끔은 신기함으로 두 눈이 동그래진다.

그냥 사람들이 없는 호젓한 길이 좋아 흙냄새와 어우러진 자연의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숲길에 대 여섯 마리의 메추라기들이 모여 아침 문안 인사를 주고받는 것을 목격한다. 무심코 난 들키고 말았다.

"앗, 인간이다. 흩어져!"

무리들 중 대장이 소리라도 쳤는지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한 무리는 아래쪽으로 달아나고, 나머지는 위쪽으로 달아났다. 힐끔힐끔 갈색 얼룩무늬 깃털과 머리를 연신 흔들며 사라졌다. 혹시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모두 도망가 버렸다. 조용한 그들의 시간을 산산 조각낸 것이 어찌나 미안한지

"애들아... 아니야. 난 너희들을 놀라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야. 미안해..."

하지만 그들은 두 번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날 수가 없다.

어디 더 깊은 곳으로 이사라도 간 것일까?


보기 힘든 메추라기도 만나고, 숲에서 나와 동네 골목으로 접어들면 만나는 아침의 참새는 그 작은 몸이 포르 포르 리드미컬하게 나는 모습이 활기차기도 하다.

짹짹 쩨쩨 잭 거리는 참새는 아침을 깨우기도 하지만 아침 벌레를 잡느라 분주하기도 하다.

어미 참새가 벌레 한 마리 입에 물고 땅바닥으로 내려오니 두 마리의 아기참새가 따라 앉아 입을 쩍쩍 벌리고 서로 달라고 연신 짹짹거린다. 하지만 어미 참새 그 둘을 남겨 두고 담 위로 날아 앉는다. 아기참새 다시 쫓아 날아든다. 어미 곁으로. 저 녀석들 이미 몸집은 엄마만큼 컸는데 연신 먹이 달라고 쫓아다니는 모습이 우스워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훨훨 나는 것이 서투른 아기새들을 위한 어미새의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 참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다 돌아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꽃들이 있다. 능소화 덩굴에서 탐스런 능소화가 활짝 웃음 지며 아침해를 맞는다. 채송화, 피튜니아, 백일홍, 이태리 봉선화 등등 여름꽃이 골목마다 한창이다. 공작 깃털 같은 자귀나무 꽃이 한창인 산의 꽃, 이미 한 풀 꺾인 산딸나무 꽃, 보라색 싸리꽃은 하늘로 치켜세우고 미풍에 흔들린다. 이 모든 것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몇 년 전 법원 뒤 몽마르트르 공원 숲 속을 아침 산책하다 마을로 내려와 참새를 보면서 적어 놓은 글을 대하니 눈에 선한 모습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저 모습들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일어날 일들인 것 같지만 지금도 산에는 산비둘기 구슬피 울어 젖힌다. 요즘 서삼릉길 숲 속을 걸으면서 다시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으로 행복감에 젖어들어 아침마다 산길을 걷는다. 유난히 "또르르 또르르르..." 딱따구리의 나무 두드리는 소리와 '나 꿩 나 꿩' 하는 비음 섞여 귀여운 수꿩의 소리가 숲을 울린다. 지지골 지지골, 삐요삐요~ 저마다 한 것 목소리를 뽐내며 지저귀는 새소리에 리듬을 타고 숲이 춤을 추는듯해서 나의 어깨마저 들썩이는 기분 좋은 산책길이다.

산 길을 걷다 보니 대모산까지 가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달래도 여기저기 봄날을 즐기고 있었고, 산벚의 자잘한 하얀 꽃은 연두색 잎사귀와 함께 산들산들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부지런히 새싹을 틔워 일 년의 삶을 준비하는 온갖 나무와 풀들, 그들이 대견스럽다.

구불구불 산길을 걷다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 한 그루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치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아이들과 웃음꽃을 피우는 지금의 나를 보는듯해서 많이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거친 태풍에 힘겨워 통째로 꺾어지고 쓰러졌어도 살아 남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산 벚나무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렇듯 아침 산길은 사람이 생각하지 못 한 많은 것을 보여 준다. 고목이 되어 비바람에 깎이고 닳아졌어도 마치 예술 조각품처럼 숲과 당당하게 어우러져 자연의 미를 내뿜고 있는 고목을 의지해서 싹을 틔우는 또 다른 생명체에 놀란다.

버팀목에 의지해서 새 삶을 꾸리는 여린 새싹을 바라보며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꿋꿋한 삶의 의지를 북돋워 줄 수 있는 역할이 된다면 아름다운 동행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숲은 부지런히 싹을 틔우느라 두런두런 속삭임으로 하루를 열고 사람들은 그 숲을 돌며 자연을 즐긴다. 산악 바이크를 하는 일련의 사람들을 만나 한편에 물러서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굳이 꼭 자전거까지 몰고 와서 산길을 달려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제 아무리 독불장군인 사람들이라도 이러한 자연이 없으면 지속될 수 없는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것은 자명한데 교만한 마음으로 자연을 훼손시키는 일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며 거대한 자연이 너른 마음으로 품어 주기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언뜻 해보는 소중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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