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상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신영 Jul 22. 2021

별 콩이의 탄생

손녀 바보 손녀 사랑

5년 전 손녀 하율이가 태어나던 날 짤막하게 소회를 적어 놓은 글을 본다.


치골통과  두통, 붓기로 인해

둘째가 고생이 심하던 중

자연분만이 어려워져

제왕절개를 하기로  결정.

오늘 낮 12시 9분에 별 콩이는

세상과 조우했다.

기분이 매우 나쁜 듯이

신경질적으로 우는 아기가

신생아가 맞나 할 정도로

목소리가 맑고 쩌렁했다.

눈을 크게 뜨고 수술실에서 나와

분만센터로 옮기는  사이에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온도차로 파래진 얼굴로 울던 이이가

제 아빠가 탯줄을 자르고 처치를 한 후에

신생아실로 옮기는 중에 다시 아기를 보여줬다.

그 사이 아기는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 눈을 깜빡였다.

오뚝한 콧날.

큰 눈.

간호사들이 몸에 태지도 묻지 않고

이처럼 깨끗한 아기는 처음 본대나?

암튼 고생한 딸.

세상에 나온다고 애쓴 아기.

모두 건강해서 다행이다.

(* 태지: 임신 말기 태아 피부를 덮는 태아 피지선의 분비물. 탈락한 표피 각질층 및 두피 세포 등을 가리키는 말.)


돌아오는 일요일이면 손녀 하율이가 다섯 돌 생일이 된다.

생일마다 기면 원피스를 만들어 주었었다. 작년 4돌 일 때는 어쭙잖은 직장을 다닌다고 시간이 없어서, 아니 피곤해서 만들지를 못했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대신 손녀가, 고만할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주 드레스를 종류별로 사서 보내 주었다. 그러면 입고서 공주 흉내 내는 동영상이 올라오곤 했다.

*여름이라서 바닷속 풍경 그림으로~

이번에는 열일을 제쳐 놓고 손녀 원피스를 만들었다.

손녀 원피스 만들기 전에 막내에게 편한 옷 한 벌 만들어 주고 남은 원단으로 둘째에게 줄 반바지 한 벌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번에 내려갔을 때 둘째는 5년 전에 만들어 준 체크 반바지가 낡을 대로 낡았는데도 편하다고 입고 있었다.

"버리지, 여태 입고 있냐?"라고 하는 나에게

"엄마, 얼마나 편한데? 더 입어도 돼요." 한다. 그러더니 임부복으로 만들어 주었던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온다. 낡은 옷을 입고 있는 딸을 보고 있는 엄마 마음을 헤아려서인지

"엄마, 이 원피스 입으면 하율이가 쫓아다니면서 이 옷 예쁘다고 자기가 입고 싶다고 그래~ㅎㅎㅎ" 하면서 웃는다. 딸은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편해서 입는 것을 안다. 보통 집에서 입는 옷은 걸리적거리면 불편하기 때문에 입어 본 사람이 만들면 옷감 고르기부터 디자인까지 아주 편안한 옷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다.

*하율이의 첫 돌 원피스
*여름이어서 바닷 속 풍경 그림의 옷감으로~

손녀 하율이 원피스를 두 벌 만들기로 했다.

하루는 책을 보면서 어떤 옷이 어울릴까를 찾아보고서 준비해두었던 원단과 어울릴 디자인을 고르고 패턴을 뜨고 옷감을 펼쳐 놓고 재단하는데 하루를 보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하고 만드는 시간을 빼놓고는 옷을 만드는 데에 열중했다. 이튿날은 미싱 앞에 앉아서 만들기에 집중했다.

원하는 옷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조심조심 재봉틀을 돌린다.

가족들 옷이나 나의 옷을 만들 때는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신경을 쓰는데 하율이 옷을 만들 때는 특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어린아이의 옷이기 때문에 직선을 박을 때에도 똑바로 곧게 박으려고 노력한다.

행여 살짝 비뚤어지기라도 하면 얼른 뜯어서 다시 재봉질한다. 내 옷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라도 손녀 옷은 절대 용납이 안된다. 혹여 자라나는 아이의 앞길이 바르지 못하고 비뚤고 힘들어지기라도 할까 봐 내심 조심스러운 것이다. 안감을 넣을 때도 혹시 쓸데없는 실밥이라도 묻어 들어가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옷도 예쁘게 만들어져야 하지만 안과 밖이 깨끗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이런 마음은 옷을 만들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첫 돌 기념 원피스와 둘째 딸에게 만들어 주었던 임부복.

딸들의 옷을 만들 때에나 내 옷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손녀 하율이 옷은 더욱 특별히 만들어져야 한다. 만들면서 이 옷을 입고 하율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치마 길이가 길어서 마음에 들겠지?

빙그르 돌 때 바람이 들어가 치마가 부풀어 올라 풍선처럼 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요즘은 친구가 입은 어깨끈 원피스가 예쁘다며 입고 싶다고 해서 두 개를 주문해서 번갈아 입히고 있단다.

끈 원피스는 한 번도 안 만들어 보았지만 이번에 처음 만들어 보았다.

면티를 입힌 위에 끈 원피스를 입히는 스타일인데 끈이 너무 가늘면 어깨 끈이 흘러내릴까 봐 조금 넓게 만들어 보았다. 이 원피스가 편하다고 하면 두어 개 더 만들어 줄 생각이다.

* 두 돌 기념 원피스

아침에 우체국으로 나가 택배로 보내고 들어 왔다.

생일 축하하는 손편지 한 장과 함께. 또 편지를 열 번도 더 읽어 달라고 하겠지? 그러고 나면 냉장고에 붙여 놓고 감상하는 사랑스러운 하율이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옷을 만들면서 건강하게 사고 없이 잘 자라주기를 염원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듯이 우리 하율이가 밝고 활력 넘치는 아이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 자라 온대로 무탈하면서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세돌 때는 두 벌을 해줬다. 디자인을 다르게~
*지금은 미니원피스가 된 세 돌기념 원피스.
*5돌 기념 원피스. 할미가 만든 세상에 하나 뿐안 원피스.
* 둘째딸에게 보낸 선물

*photo by young.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종일 가방을 만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