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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Oct 17. 2021

갑자기 무의도?

이런 날,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연휴 월요일 친구의 전화

"야, 뭐하니?"

"미싱."

"가방 만들어?"

"응"

"내일 뭐하니?"

"내일 송파에 볼일 있어."

"언제 끝나?"

"왜?"

"무의도 가게."

"무의도?"

"바람도 쐬고 생선구이 먹고 싶어. 거기 생선구이 잘하는 식당 있어."

"난 안돼."

바람 쐬는 것도 좋지만 피곤할 것 같아서 안된다고 했다.

친구랑 만나는 것도 이제는 띄엄띄엄 만나야지 자주 만나면 탈이 난다는 것을

1년 전에 알았다. 그동안 부산과 서울에 떨어져 있어서 일 년에 한두 번 만날 때야

좋은 거지. 서로의 장단점이 속속들이 드러나니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배려하지 않는 말투와 단정 짓듯 하는 말들이 조용한 내게 상처가 되고 보니 멀리하게 된다.

작년 초만 해도 저 바쁘다고 자동차도 없는 내게 커피잔 사다 달라고 해도 친구를 위해

열일 제쳐두고 해 줬는데, 이후로도 종종 소소하게 심부름을 시켰다. 그때는 바빴으니까 해줬다. 그러나 마음 상할 때가 있다. 친구가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닌데 배려심이 조금 부족해 보였고, 자신이 가장 옳은 사람이라고 행동할 때 오는 괴리감을 느꼈다. 때로는 사람이 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을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화요일 일찌감치 송파에 가서 볼 일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서울 송파구는 고양에서 다녀오기는 좀 먼 거리다.  다행히 고속터미널역에서 급행 9호선을 환승을 해서 시간 절약은 좀 된다.

그래도 다녀오니 피곤해서 눕고 싶은데

"엄마,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졸려서~ㅎㅎ. 사람을 못 만나서 내일 다시 가야 해."

"얼굴이 너무 안 좋으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했어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내게

"엄마, 커피 한 잔 해드릴까요?"

"좋아, 한 잔 마시자."

캡슐을 넣어서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멍 때린다. 

딸과 커피를 마시며 얘기 나누고 있는데 전화가 울리고 친구다.

"야, 너 어디야?"

"집."

"들어갔어? 아 전화해볼걸."

"왜? 무의도 안 갔어?"

"아직 못 갔어. 아침에 정형외과 가서 치료받고, 마사지받았어."

"이제 뭐하러 가?"

"안돼, 시원하게 드라이브하고 생선구이도 먹고."

"....."

"너 불광까지 오는데 몇 분 걸려?"

"3~40분 걸려."

"그럼 그쪽으로 내가 가는 게 낫겠다. 어디서 만나야 하지? 공항도로 타야 되는데."

"그럼 스타필드 후문 쪽으로 오면 되겠네."

"스타필드? 아, 이브자리, 이불 산데?"

"그래. 그쪽에 서 있을게."

"알았어, 거기서 보자. 덕분아 이리 와."(덕분이는 친구가 키우는 푸들 이름)

 

마시던 커피를 마저 마시고 다시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서서 20여분 걸어 내려갔다.

부암동에서 오면 몇 분이나 걸릴라나?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붙이듯 하는 것은 여전한 친구.

얼마나 가고 싶으면? 함께 갈 사람이 없으면? 이럴까?

침구 가게 이브자리 건너편에 와 있다고 톡을 하고서는 찾기 쉬우라고 길가에서 친구 차가 언제쯤 보이려나 하고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복잡한 곳이 아니니 곧 찾을 수 있겠지? 어차피 이곳을 통과해야 하니 여기서 기다리는 게 맞겠지? 친구가 애기한 시간보다 훨씬 지나서 전화가 왔다.

"야, 너 어딨어? 스타필드 끝에 왔는데."

"이브자리 맞은편에 있다고 했잖아?"

"내가 운전하면서 간판을 어떻게 보니?" 또 왕짜증이다.

"쭈욱 앞으로 전진해. 길가에 서 있으니까. 네 차 보이면 손 흔들게."


잠시 후 친구는 도착했다. 잔소리를 퍼부어도 그러려니 해야 한다. 1년 넘게 혼자 카페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힘이 들겠지. 작년 8월 초에 며느리가 에이프런 던지고 나간 뒤 손절하고 지내면서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니 그나마 혼자서도 무리 없이 일을 해내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혼자 할 수 있게 일찍 마칠 수 있고, 손님도 많이 안 오니니까. 수입은 절반이지만 몸이 조금 편해졌다는 말을 자주 했다.


며칠 전에 큰 아들을 만났다고 한다.

"내가 문자로 야, 올라와했어. 네, 하고 대답하더라. 근데 아들이 왔어."

"아들 얼굴이 그래도 편해 보이더라. 그럼 됐지 뭐."

'아, 이런저런 말이 하고 싶었구나.'

"엄마, 집사람 바로 못 와요. 정신과도 다니고 노력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해온 대로 엄마가 하세요. 그러더라."

"야, 내가 현금 지급기에서 돈도 안 찾는 사람이 40만 원을 찾았어. 어떻게 손자가 중학생이 됐는데도 얼굴 한번 못 보고 지낼 수 있는 거니?"

"그러고 보니 명절 세 번이나 애들을 못 봤네? 그래도 너무 했다. 애들은 보내지..."

사람은 다 자기 입장만 있는 것 같다.

아들은 아들대로,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지들끼리 잘 살면 되지." 말로는 그래 왔는데 속으로는 괘씸한 게 안 풀렸으니 한 동네  살면서도 참 어려운 가족이다.


"저기 하늘 좀 봐. 너무 시원하지? 너무 좋다. "

친구는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좋다! 좋다! 한다.

공항 근처 SKY 골프 클럽을 돌면서 무의도로 향하는데 내 머릿속은 멍할 뿐이다.

덕분이도 동네서만 지내다가 오래 차를 타니 불안한 기색이다.

네비에서는 다 왔다고 하는데 친구가 찾는 소나무 식당은 보이질 않는다. 커피숍 하나만 보이고 식당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왼 편 저만치 보이는 섬이 무의도라고 하는데 사진 찍을 겨를도 없고, 친구는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고.... 다리 건너 잠진도로 향해보지만 식당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전화해봐. "

"전화하니 없는 것으로 나오네."

"그럼 커피숍에라도 전화해봐."

커피숍에서 전화를 받은 직원은 소나무 식당을 물어보는 내게 친절하게도 맞은편에 있던 식당은 없어지고 용유로에 2호점이 있다면서 주소를 가르쳐 준다. 주소를 찍어 네비를 켜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돌아 나가 네비가 시키는 대로 향하니 멀지 않은 곳에 식당은 있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 매주  화요일은 쉽니다.

"우선 덕분이 산책 좀 시켜라. 쉬도 해야지."

덕분이를 산책시키면서 함께 무의도를 잘 다니던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다른 생선구이집을 소개받는다.

마시안이라는 식당을 찾아 돌아 나갔다. 그런데 마시안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마시안만 찾아가니 갯벌 체험장인 것이다. 다시 마시 어부 집 식당으로 갔는데 바깥에 테이블이 있어 좋아한다.

차에서 내려 너른 갯벌을 바라보며 곧 노을도 보일 것 같아 사진 몇 번 찍고 있는데 친구는 아직도 차에서 내릴 생각을 안 한다. 차 옆으로 가니

"야, 빨리 타. 여기 아니래."

다시 차를 돌려 네비가 시키는 대로 가지만 같은 길만 다시 도는 느낌이었다. 편의점 앞에 다다라

"야, 물 한병 사와. 덕분이 물도 안 가져왔어." 밖에까지 나와서 싸울 수는 없으니 편의점으로 뛰어가 물을 사 왔으나 덕분이는 먹지 않았다. 낯선 곳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아 헐떡 거리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차를 댔던 식당에서 대각선 방향의 선주 직영 식당 마시안을 찾았다. 건너편 2층이라서 바 다완 멀다.

덕분이 산책시킨다며 올라가서 정식을 시켜 놓고 오라 한다. 올라가 시키면서 몇 분 정도 걸리느냐 물었다.

5분 걸린다 하니 다 차려지면 부르라고 한다.

오르락내리락 심부름을 하고 나중에 차려진 식탁에 와서는 된장찌개가 끓고 잇는 것을 보더니

"이것 가지 더 놓고 부르지." 한 소리 한다. 유구무언. 친구가 무엇인지....

"튀긴 생선이네?" 하니

"그럼 튀기지 굽냐?" 한다. 난 기름에 튀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사를 20년 넘게 지내면서 각종 생선을 얼마나 많이 굽고 쪘었겠나. 반 건조해 찌기도 하고 오븐에 굽기도 하는 생선은 종류별로 조리해왔던 사람인데....

아래 마당에 묶여 있는 덕분이는 낯선 곳에서 집사가 안보이니 죽어라고 짖어내고 안 그래도 속이 부글부글 어제 마음으로 안 오고 거절했어야 했는데, 이럴 줄 알았어. 마음 약한 내가 바보지....

줄까지 끊었다고 올라와 개 주인이 누구냐는 바람에 혼비백산.

밥이 코로 들어 가는지 입으로 들어 가는지 모르겠다는 서빙 직원의 말이 딱 맞는 식사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왔다.

"홍제동에서 내려줄게"

"알았어."

그런데 한참 달리다 보니 차는 어느새 고양시를 달리고 있었고 늘 다니던 동네로 들어섰다.

결국 우리 동네로 왔고

"이제 난 어떻게 가?"

"네비에 꺾어지는 길에서 나 내려 주고 시키는 대로 쭈욱 가면 돼. 그럼 서오릉 길 나와."


돌아와 휴우~

한 두어 달 도 모른 체하고 지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누워 쉬고 있는데  지잉... 카톡이 왔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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