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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Oct 27. 2021

 아팠던 발에 대하여

느닷없이 발이 아팠다.

토요일 낮부터 갑자기 무단히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왼쪽 발.

오른발이라면 발등뼈 골절로 수술까지 했으니 무리하면

아프기도 했지만 왼 발은  왜 아프지?

뜨거운 물을 받아 족욕을 했다.

전혀 차도는 없다.

골절이 되었다거나 타박상을 입었다거나

전혀 없으니 한의원으로 갔다.

토요일이라서 진료를 일찍 마쳤는지 한의원과 이비인후과가 있는 4층은 캄캄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간신히 절뚝이며 돌아왔다.

발가락 쪽으로 족저근막염 통증이 있었지만

최근에 식이 유황을 복용하면서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아서

10000보 걷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지난 일요일 평소보다 2배 정도 걸은 것 외엔 별다른 일이 없는데, 아마도 그 일 때문에 발이 아픈 모양이다.

조금 피곤은 했지만 중간중간 간식을 먹으며 쉬고 걷기를 했기 때문에  무리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엄마, 어디서 부딪쳤어요? 접질리셨어요?"

"아니, 그런 일 없었어."

"그럼 무리하신 적 있으세요?" 엄마를 잘 아는 딸은 질문공세를 펼친다.

한참 뒤에

"엄마, 검색을 해보니 족저근막염일 수 있대요. 갑자기 무리를 하면 그럴 수 있다고 해요. 아주 뜨거운 물에 족욕하시고 무조건 쉬어야 해요."

"알았어. 족욕은 했으니 쉴게." 딸은 근육통에 바르는 젤을 우선 발라주면서 마사지를 해준다.

이튿날 지난주에 결석한 교회를 가기 위해 목사님께서 기다리시는 사거리까지 간신히 걸어 내려갔다.

그날따라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자서 허둥지둥, 챙겨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을 빠트리고 내려가니 목사님께서 벌써 와 계셨다.

사실 월요일 교우들과 정선에 가는 일정이 잡혀 있지만 나는 갈 수가 없게 되었다.

발도 아프지만 친구와 연기되었던 약속이 있어서 이래저래 갈 수가 없어서 목사님께서는 안타까워하셨다.

"집사님은 꼭 가셔야 하는데, 사진 찍고 취재하셔서 글 올리셔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꼭 가고 싶었는데 사정이 그렇네요. 친구랑 한번 연기됐던 약속도 미룰 수는 없고요. 친구더러 이쪽으로 오라고 하던지..."

아픈 발에 대해 다들 한마다 씩 하게 되었다.

정선에 못 가게 된 것이 가장 아쉬운 일이었고

어쩌다가 발이 갑자기 아프게 되었는지... 걱정 반 안타까움 반.. 갖가지 반응에 민망스러워서 죽을 맛이다.

"약은 드셨어요?"

"아, 정형외과 약 있는데 먹을 생각을 못했네요. 집에 가서 먹을게요."

"친구가 의산데 무조건 삼일은 기다렸다가 병원에 가보라고 했어요. 전혀 차도가 없을 때 가는 거래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릎 아플 때 받아 놓은 병원 약이 서랍에 그대로 있는데 아프면서도 먹을 생각을 못했네. 원장님도 약이 진통 소염제라서

"많이 아플 때만 드세요." 하셨다.

예배 마치고 성경 공부 전에 친구는 집에 가면서

"야, 나중에 놀러 와."

"못 가. 목사님께서 데려다주시면 그대로 집으로 가야 해."

원래는 퀼트 작업실에 가서 작가 친구와 신상 모자 만들기로 되어 있는데, 발이 아파 못 간다고 톡을 보냈더니, ㅠㅠ다.  겉은 멀쩡한데 발 디딜 때마다 아파서 괴롭다.

교회에서 일정을 마치고 목사님 카니발에 삼송팀이 타고 한참을 가고 있는데 카페 친구 전화

"집에 가니?" "응"

"목사님이 데려다주셔?" 그러고서 친구는 한숨부터 내뱉기 시작한다.

"주변에 전부 아픈 사람밖에 없다. 도 관절이 아파서 꼼짝 못 하고 병원 다니지,  언니도 갑자기 허리 아파서 마사지받으러 다니지. 어떡하냐. 으휴...."

(죽을병도 아니고 잠깐 그런 건데 뭐 그리 한숨일까. 치료받으면 낫는 건데. 못 나을 병이 문제지. 이 나이에 그럴 수도 있지.)

전도사님과 안 그래도 [갑자기 무의도?] 얘기하는 중에 전화가 왔던 차에 전화 끊고 나서

"그냥, 얼른 낫길 바란다. 한마디면 되는데 한숨까지 푹푹 쉬면서 주저리주저리.. 아휴..." 하니 전도사님이 소리 없이 웃는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만나는 거 안 잊었지?"

"안 잊었어." 일찍 침을 맞고 친구랑 만나서 카페에 앉아 잠깐 얘기하다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조금 늦춘다.

월요일 아침 진료시간 되자마자 첫 환자로 진료받고 친구랑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갔다.

친구는 일찍 나와서 만나기로 한 한옥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진통 소염제를 전날부터 먹고 한의원에서 물리치료와 침을 맞아서인지 걷기가 한결 나아졌다. 원장님은

"요즘도 많이 걸으세요?" 물으신다. 진료 전에 문진으로 너무 무리해서 인대에 탈이 났단다.

친구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조심조심 평지만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얘기를 나눈다.

북한산 쪽으로 가서 명장이 하는 맛집에서 점심 먹을 계획을 짜고 온 친구에게 멀리 가는 것은 무리라고 거기는 다음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는 전에 보았던  에서 파는 단팥죽을 먹자고 했다.

친구는 크게 아쉬워했다. 밥을 먹어야 하는데 단팥죽만 먹어도 되냐면서.


그렇게 잠깐 가을을 걷고 나의 아픈 발 때문에 미련을 두고 헤어졌다.

곧 다시 만나 북한산 쪽으로 걸어 보자꾸나.


*사진 속의 풍경은 발병이 나도록 걸었던 곳의 풍경 사진입니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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