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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Feb 13. 2022

남자 친구가 필요해~^^

아직도 이사 중?

보통은 큰 방에 침대와 옷장을 넣어 안방이라고 부르며 안주인이 거주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집 구경을 하면서 큰 방은 작업 공간으로 작은 방은 침대를 놓고 아늑하게 꾸며 숙면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념이 꼬리를 물어 나르는 즐거운 계획이 머릿속으로 날아다녔다. 아, 드디어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는구나.


이번 막내딸의 집에 2년여 신세를 지고 독립을 했다.

춘삼월 봄쯤에나 될 수 있으려나 했는데  다행히 빨리 진행이 되었다.

잠시 거주하던 동네에는 가격에 맞는 마땅한 집이 없어 눈물바람도 했었지만, 감사하게도 복이 많은 사람이라 혼자 지내기 딱 좋은 빌라가 짠하고 나타났다.

계약도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일주일 뒤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서 기쁜 나머지 집을 자세히 다시 한번 보고 싶어 그 집에 갔다.

어이쿠!

이게 웬일이래?

안방이라고 불리는 그 방에 문제가 생겼다.

둥그렇게 벽 일부가 젖어 있어서 놀랐다.

주인에게 젖은 벽지를 보여주며 집 보러 왔을 때는 멀쩡했는데 왜 그러냐고.

주인도 당황스러워하며 이 무슨 일이고?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알아서 하겠지. 주인에게 맡기고 돌아갔다.


사람은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있을 것은 다 있어야 한다.

막내의 부름으로 부산에서 갑자기 올라오게 되어 책 몇 권,   옷가지 정도만  몇 박스 택배로 보내고 취미생활의 원동력인  중요한 미싱은 나중에 불러왔다.

방 한 개를 엄마가 불편 없도록 침대며 화장대를 놓아주어 직장 다니며 서울 생활을 무리 없이 잘 살았다.

원래 자리 잡게 될 때까지만 살기로 한 것이어서 늘 독립을 꿈꾸며 지냈다.

이사 축하한다고 장로님께서 선물하신 백자항아리와 일본화가그림.

막내와는 이런저런 일로 오래 떨어져 살았기에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떨어져 살았던 허전한 세월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 마음씀이  2년여 동안에 해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마음 자락에는 헤어져 살아도 될만한 여유가 생겼다.

한 세대를 이루어 나름의 삶을 꾸리는 자식을 보는 흐뭇한 어미의 심정은 나도 내 삶으로 꿋꿋이 살며 딸들의 걱정을 덜려는 생각이 많았다.

이제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할 꿈에 부풀었는데

벽지가 젖는 일이 일어났으니 큰 일 아닌가.

짐을 일찍 옮겨야 하는 일이 생겨 설 전에 인사도 할 겸 주인을 만나서 벽지가 젖은 원인을 알게 되었다.

위층 사람이 겨울 한파에 보일러를 끄고 제주도로 한 달 동안 출장을 가면서 동파가 된 것이었다. 공사를 하느라 돈 들고 마음고생하고 있는 주인이 안돼 보였다.

주인은 주인대로 이사 날짜까지 벽이 마르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사정 얘기를 하니 고맙게도 미리 옮겨도 된다고 한다.

친구가 선물한 라탄장과 거울

퀼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가 독립을  축하하면서 작업대로 쓰라고 4인용 식탁, 원단 정리장, 입식 거울을 주는 데, 가족여행이 있어서 내가 이사하는 날짜 맞추기가 어려워 이삿짐 옮기는 날을 한 날로 잡으라고 한다. 이사 비용이 이중으로 들지 않도록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각본에 짜인 듯이 신기하다.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분명하다. 가만히 있다가 이사 날짜에 이삿짐을 들였을 때를 가정하면 방바닥은 물이 고여 젖어 있을 터였다.

미리 알게 되어 이삿짐 오기 전에 공사는 끝났고 말리는 중이다. 완전히 마르고 부분 도배가 끝나면 짐 정리가 완벽하게 될 것이다.

정리를 기다리는 짐들.

또 살림살이가 없으니 모든  것을 새로 사야 할 형편이 되었다. 막내 집에 있을 때는 붙박이 장이 있었기에 옷 정리가 되었다. 우선 옷장부터가 문제였고 글 모임 벗들이 사라고 한 전자레인지 올려놓을 장도 없다. 완전 새살림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데 인터넷도 신청해야 하고, TV도 필요할 것 같아 전자제품 매장에도 다녀왔다. 몇 날 며칠 분주하게 돌아다녔는데 주말이 껴서 인터넷은 아직이다.  잠자는 방만 오롯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이틀 밤을 푹 잘 잤다.

작업실로 만들 방만 아직 어지럽다.


딸들과 살 때는 딸들이 다 알아서 해주었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없었는데,  혼자 남자 친구도 없이 해내려니 벽에 필요한 못 한 개 박는 일도 못하고 있다. 여태 든든한 남도 안 만들고 뭐했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터라도 매의 눈으로  남친 물색을 한번 해볼까나?

오후에 탄천에 나갔어요. 오리가 뒤뚱뒤뚱 걸어요.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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