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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Mar 07. 2022

 아, 이제 마음이 놓이네.

딸이 말했다~♡

일주일 전에  내게 온 막내는 작업대 겸 식탁을

가운데쯤으로 옮겨주고, 몇 개의 액자들을 벽에 걸어 주었다. 굳이 못을 박지 않아도 된다며 ㄷㅇㅅ에 가서  핀 침이 여러 개 달린 꼬꼬 핀이라는 것을 사서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사이즈를 재더니 랙 설치를 위해 주문을 한다.

주중에 막내가 주문한 랙 설치 제품들이 속속 배송되어 왔다.

토요일, 다시 막내는 내가 쓰던 컵, 찻잔과 크리스털 더 럭스, 브랜디 잔을 챙겨 와 꺼내 놓는다.

"쓰지 뭐하러 갖고 와~"

"깨질까 봐 못 쓰고 모셔 두는데 엄마가 써야지. 혹시 손님이라도 오시면 컵도 필요할 텐데"

일주일 만에 보는 딸이 그저 반갑기만 한데 딸은 엄마를 생각해서 갖가지 찬장에 넣어 정리한다.

특유의 애교스러운 말소리의 조잘거림이 집안에 들어온 햇살과 함께 꼬물꼬물 날아다니는 것 같다.

간단하게 점심, 막내 좋아하는 딸기 준비.

막내가 좋아하는 생선을 구우려 하니

"그만해요. 이걸로 충분해요. ㅎㅎ~"

"그리고 엄만, 생선도 꼭 드시고. 또 붉은 살코기인  육고기의 단백질도 필요한 나이니까 신경 써서 드셔야 해요." 한다.

둘이 먹을 만치의 고추장 불고기를 접시에 담고 나머지는 소분해서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 준다.

매일 삶은 달걀 두 개씩 먹고 있다고 하니 치아 사이에 낀다며 피하는 육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밥을 먹고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막내는 배송된 박스를

풀어헤쳐 가며 조립에 열중한다.

조립 설명서가 상세하지 못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보면서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내가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아. 일당 주고 설치해주는 사람 불러서 할 걸 그랬어."

"아냐, 엄마. 요즘은 제품이 잘 나와서 꼭 남자가 필요하지도 않아. 오빠보다 내가 조립은 더 잘해. 설명서대로 하면 다 돼요. 그런데 이 설명서보다 인터넷에 더 잘 나와 있어서 괜찮아요."

이 애를 쓰며 하는 모습이 안쓰러운데 딸은 엄마를 도울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결국 완성을 마치고 쌓여 있던 정리 박스들을 올려 주고는

"아, 이제 마음이 놓이네." 하며 웃는다.

"나 둬. 쓰면서 정리해야지. 차츰 자리 잡아갈 거야."

더 붙들어 앉혀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차 막히기 전에 돌아가라고 서둘러 보내는데, 초등학교 점심 배식하는 일을 시작한 내가 걱정되는지

"엄마, 새로 일하는 것은 괜찮아요?"

"괜찮아, 겨우 삼일 일했는데 오늘은 좀 여기저기 찌뿌드드하네."

"엄마, 몸 안 사리고 하는 성격인 거 아는데요. 옆에 사람들과 보조 맞춰하시는 게 중요해요. 혼자만 너무 열심히 잘해도 옆사람들이 싫어해요." 한다.

"그래, 네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유념해서 할게."

문 밖에 서서 을 바라보며 막내는 씩 웃는다.

"Ahn's studio!"


그렇게 막내를 떠나보내고 탄천길로 나가 오리 친구들을 만난다. 봄이 되어서인지 많이 떠난 것 같아 쓸쓸함이 번져오려는데 고라니 한 마리 이리저리 먹이 찾아 뛰어다닌다.

와~

마른 숲엔 고라니, 물가엔 오리들이 유유히 물결 따라 흐르고 모래톱엔 잠잠이 쉬고 있는 오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에 눈이 부셔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는데 봄바람은 옷깃을 여미게도 한다.

플라타너스 열매 방울은 내일을 꿈꾸듯 사르락 사르락 흔들며 서둘러 봄을 노래하는 모습이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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