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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Mar 23. 2022

봄은 맑은 새소리와 왔다

한동안 비몽사몽으로 지냈다.

자의 반 타의 반 탱자탱자 한량으로

물오리, 백로, 왜가리와 동무하며

창릉천, 탄천길에  발도장을 무수히 찍었다.


이사하고 정리하며 막내딸 을 빌려가며

대략 정리를 끝내고는 일도 시작했다.

초등학교 점심시간 배식 일.

젊은 엄마들과 조를 이뤄 분업화된 일은

식판에 밥 퍼주는 일이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들어오는 일자리마다

7~8시간 근무의 아파트, 빌딩, 요양원, 학교의

청소하는 일 밖에 없어서 결국엔 3시간만 일하는

배식 일을 하게 된 것이다.

1000명이 넘으니 적어도 500여 명의 밥을 퍼주게 되었다.


젊은 엄마들도 사나흘 정도는 몸이 아프다고

습관 되면 괜찮을 거라며 익숙해지기를 바랐다.

마지막 학년이 오기 전 틈 사이에 10분 안에 식사를 마친다.

배식 일이 끝나면 청소를 하기 시작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일을 마친다.

회양목 꽃이 피었네~

독립을  했으니 친구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월, 수, 금, 토는 한 명씩 부산에서도 두 명이 서울 왔다며 들렀다. 일요일엔 예배 마치고 목사님과 장로님 등 다섯 분이

오셔서 예배와 기도를 해주시고 가셨다.

목사님은 식사는 밖에서 하신다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막내는 엄마 집이 핫플레이스가 됐다며 웃었다.


그렇게 일을 하며 손님을 치르고 났더니 덜컥 몸이 아팠다.

요즘은 감기 증세만 있어도 코로나라고 할까 봐 병원도

못 가고, 약만 먹고 틈틈이 잠을 잤다.

다행히 열은 없었고, 목도 아프지 않았다. 규정대로 제출하는  진단키트 검사에 한 줄이 나와 몸살인가 보다.


막내가 가져다준 면역력 강화 한방약을 수시로 먹으며

S작가가가 준 홍삼차, 둘째가 준 호박차도 꿀에 타서 목이 간지러울 때마다 마셨다. 가끔 올라는 기침 때문에 눈총 받을까 봐 기침약도 사 먹었더니 기침은 금방 나았다.

그런데 식은땀이 삐질삐질 온 얼굴을, 머리를 적셨다.

안부 전화하던 친구들이 닭을 먹어야 회복이 가장 빠르다고 해서 영계를 사서 닭곰탕을 만들어 먹었다.

뭐든 잘 먹어야 금방 낫는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

호숫가 버드나무 초록물 올랐네~

그렇게 여러 날을 기운 없이 몽롱한 채로 흘려보냈다.

여기저기서 봄이 왔다고 선수유, 제비꽃, 민들레 사진까지

올리는 작가님들의 글을 간간히 바라보며

나의 봄은 언제 오려나?  오리들은 잘 있으려나? 그 사이 추운 나라로 훌쩍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이제 한결 나아져 출근길에 미리 나가 석촌 호수를 바라본다.

잔잔한 물결이 살랑이는 가운데 석촌호수 오리들이 유영을 즐긴다. 그래, 너희들은 여기가 집이지? 잘 놀으렴~

"쭈비 쭈 쭈~ 쭈비 쭈비 쭈~"

어디선가 청아한 목소리로 짝을 부르는 이 아이는 누구인가? 고개 들어 아무리 둘러봐도 주인공을 못 찼겠다.

한참을 찾아보니 참새보다도 작은 박새 한 마리 독창회를 열은 듯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마른 나뭇잎새보다 작은 저 아이 찾아올 벗은 어디에 있으려나.

박새
박새의 독창히~

그래, 봄이 왔구나.

너희들의 부지런한 노랫소리가 드디어 봄을 알리는구나.

너처럼 곱고 예쁜 짝을 만나려무나~


잿빛의 겨울 무사히 보냈다안도하는 마음과 달리 몸은 봄을 맞는다고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기분이다.

들은 봄이라서 지지골  지지골 맑고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고, 나무들은 초록의 물을 올리며, 꽃을 피워내고 있다.

그렇게 모두들 제 할 일 하는  봄날,

툭툭 털고 일어나  내 자리에서 지치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며 건강한 심신으로 아름다운 봄을 이루고 싶다!

줄지어 선 벚나무, 곧 꽃피우겠지^^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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