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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Apr 19. 2022

작별의 인사도 나누지 못했는데...

오미크론으로 몇 개월 미뤄졌던

친구와의 약속, 또 코로나가 막았다.

독립을 가장 축하하며 한달음에 달려오고

싶어 던 진관사 친구, 손녀 둘이 확진.


새로 일을 시작하고 늦은 밤 귀가에

매일 가던 천길을 한 달여만에 나간다.

한가해진 시간 청둥오리들이 궁금하다.

벚꽃, 개나리 모두 졌고 황매화가 활짝 웃으며 반긴다.

박태기나무 꽃도 화사한 진분홍 옷을 입고

어서 오라는 듯 손짓한다.

저 멀리 강물은 떠난 오리들을 그리워하듯 말없이 흐르고

강가의 버드나무 시원한 초록물들인 가지마다

영창에 드리운 촘촘한 발처럼 늘어뜨렸다.

눈은 혹시나 하며 갈대숲에 뛰놀던 고라니를 찾는다.

떼액떼액 떼떼 떼 하던 물까치 떼도

청둥오리, 가마우지들도 그림자조차 없다.

둑에 앉아 강 건너를 무심히 바라보는 길냥이

길냥이 조차 반가워  반가워

눈 안에 담으며 셔터를 누르다가

"길냥아, 너도 떠난 철새가 그립니?"

멀뚱이 바라보는 아이에게 혼잣말을 건넨다.

어느새 붉은 해는 서둘러 자리를 뜨며

내일을 기약하는데

찾던 고라니 한 녀석 뛰어가는 것이 보여

너희는 아직 있구나. 반갑기 그지없네.

초록의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갈대숲에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녀석을 멀리서 바라본다.

어쩌다 오리 한 마리, 

작별의 인사라도 하려는 듯

물살을 가르며 지나간다.

오리 텃새로 남아 탄천을 지키려

떠나지 않았나 보다.

모쪼록 꽃나무 푸른 숲 맑은 물에서

어여쁘게 지내길 바라본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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