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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ul 13. 2022

비 오는 날의 산책

온종일 세차게 내리는

비에 약속도 취소하고 발을 편히 쉬어준다.

저녁 무렵 약해진 빗줄기를 따라

비옷과 우산을 쓰고 탄천길로 나간다.


탄천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냇물은 누런 황톳물이

가득 채워져 유유히 흐르는 강물로 변신해  있다.

가득 흘러가는 강물을 보자

드는 걱정은 고라니였다.

지난봄 뛰어놀던 고라니들이

빗물 가득한 풀밭에서 어찌 지낼까?


풀과 나무들은 종일 빗물을 받아서인지

싱그러운 푸르름을 빛내고 있고

그 틈 사이에서 고라니가 튀어나와

저만치 달려 나간다.

내 걱정을 알기라도 한 걸까?

반갑기 그지없다.

무성한 풀숲으로 숨는 엄마 고라니 뒤를 따라 가는 아기 고라니,

그런데 그사이 식구가 불어났나?

좀 전에 놓고라니 곁에 아기 고라니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저들은 먼저 알아보고 숨기 바쁘다.

빗속에서도 무사히 지내기를 바라본다.


갑작스러운 무더위로 사람도 나무도

지친 듯 마르고 힘없어 보였는데

주위가 생기를 찾은 듯 해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맹꽁이 소리도 들려 신기하다.

비가 골고루 내렸으면 좋겠다.

중부엔 이렇게 많이 내리는데

호남지방엔 가물어 농부들의 가슴이

타들어 간다는 뉴스를 아침에 들었다.

자연의 순리가 가끔은 불공평해서 마음이 아프다.

모처럼 휴식을 하고 빗길을 걸으며

풍경 속에 스며들어

왜가리, 오리, 고라니들과 함께한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가끔 한 두 마리 날아가는 민물가마우지도

귀하기만 하다.

모처럼 편안한 숨을  쉬고 보낸 짧은 시간이

매우 좋다.

맹꽁이 소리

* 더위에 취약한 저는 몇 주 동안 멍 때리며

지냈습니다. 종일 빗소리를 들으니 살 것 같습니다.

여전히 좋은 글 올리시는 부지런한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세요 ~^^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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