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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an 09. 2023

코로나도 잠재운 하율이의 발랄함♡.

2022년 마지막날인  31일 오전, 하율이네에 안부 차 전화를 했다. 늦은 오전인데 딸의 목소리가 잠겨 이상하다 갸웃하는 의문은 금세 풀렸다. 하율이가 밤새 열이 높아서 간호하다 아침 6시경에 잠들었다고 한다.

하율이는 유치원 다니고부터, 아니 정확히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는 감기에 자주 걸렸다.

그전까지는 때 맞춰  예방 접종, 영유아 검진을 위해 병원 가는 일 외에는 병원을 거의 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11월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신항 어시장에 구경삼아 갔다가 풀빵 하나 사 먹고는 장염에 걸려 꽤 고생을 했다.

분변 검사도 3차례나  했다. 이름도 길고 어려운 어떤 균으로 인해 설사를 하다가 혈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에도  감기로 병원에 다녔는데 약을 잘 못 먹는 하율이로 인해 제 엄마랑 서로 고생했다.

그런 것을 아는 나는  대뜸

"또 감기야? 왜 그렇게 자주 감기를 하지?"

유치원에 간 날 보다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은 나날이다.

딸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이번엔 입맛이 없다며 밥도 안 먹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 서방 확진됐어요."

"뭐? 아 어쩌다. 어떤 허니?" 많이 아프다던데 우선 걱정이 앞선다.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길래 검사해보니 두 줄인 거예요. 하율이가 코로난가?"

전화를 끊고 한참뒤에 셋이서 병원 가는 길이라고  다시 전화가 왔다.

"마, 저도 목도 아프고 몸이 안 좋아서 병원 가고 있어요."

따로따로 걸린 것보다는 셋이 한꺼번에 걸린 게 차라리 잘 됐다며 며칠 격리해야 한다고 한다.

"며칠 전에 *숙이 차로 하원했다더니 그때 걸렸는가 보다 "

하율이 절친 쌍둥이 친구 엄마가 애들 하원시키고 몸이 이상해 저녁에 응급실에 가서 검사하니 확진되었다고 한다.

"그렇네요,  잠복기가 있었으니... 이제서.."

강서방은 지난 1년 동안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공항에서 검사할 때 다른 직원들 양성으로 입국을 못하고 혼자 음성을 받아 돌아와서는 없는 직원들 업무까지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업무에 지치다 보니

"아, 나도 코로나 걸라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슈퍼 면역자였다. 그런데 새해를 하루 앞두고 코로나 양성으로 결국 누워 지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딸은 둘을 간호하며 보살피느라 격리도 못한 채 1주일을 악몽처럼 지냈을 것이 분명하다.

율이는 보통 감기라도 밥을 여느 때처럼 잘 먹었는데  이번엔 입맛이 없다며 수저를 놓고, 다른 음식을 해달라고 하고는 또 못 먹고 수저를 내려놓아서 이상하게 느꼈다고 하는데 코로나가 미각, 후각을 몽땅 없애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어른처럼 끙끙 앓지는 않고 입맛 다 소리만 지내는 것은 평소와 같다 하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딸도 몸이 많이 아플 텐데 곁에 있어주지 못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지난 겨울초 막내딸 내외도 라스베이거스 출장 다녀와서 코로나 확진되어 일주일 격리 중에 사위마저 시간차를 두고 확진되어 결국엔 둘이 코로나 생활을 했다.

뭐라도 만들어가겠다고 하니 격리 중인데 무슨 소리 하냐며 꼼짝 말라고 해서 그냥 있었다.

물며 먼 곳에 있는 하율이네는 가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면서 어서 날짜가 빨리 지나가기를, 덜 아프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만들고, 남은 쪼가리엔 강아지 그림 그리고...

가끔 오는 소식에 거의 시체처럼 누워 있다는 강서방.

루종일 입맛만 없다며  명랑 쾌활한 하율이.

쉬지도 못하며 두 식구를 건사해야 하는 딸.

들을 잘 아는 나로서는 안 봐도 훤히 보인다.

이젠 격리해제 되었을 토요일 아침 애들이 궁금해서 톡을 보냈다.

이제 놓인다.

격랑의 파도가 지나가고 고요한 바다 물결 같은 느낌이 온다.

후유증 이 그대로 회복되어 일상생활로 돌아가 편안해지길 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다.

설 전에라도 시간 나면 한 번 다녀올까 궁리 중이다.


*요즘 코로나가 심해진 것 같습니다. 작가님들께서도 조심, 더욱 조심하셔서 코로나 근접 못하도록 하십시오.

에너자이저 하율이

*photo by 양아영.

*진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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