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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Oct 24. 2023

늦은 밤, 서작가님이 오셨다!

이른 아침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울리는 전화.

(이 아침에 무슨 일이시지?)

"신영 씨 몇 시에 마쳐요?"

"네? 무슨 일이신데요?"

"10시 반~어디로 가면 돼요?"

"그 밤에 오시게요?"

지하철역 몇 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고 오전 일터로 향한다.

(분명 엊그제 올린 글 때문에 오시는 게 분명해...)

작가님의 심성으로 보아 어려운 일에 봉착했다고 오셔서 위로라도 해주고 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게 분명해서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오시는 거지.

그만큼 작가님의 엽렵한 마음씨는 작가님의 글 구석구석 전반에 잘 나타난다.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라이킷을 발견하고 작가님의 방에 들러 글을 읽다가 부산, 가야 등 너무나도 친숙한 지명을 발견하고 들락거리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작가 소개란에 당당하게 몇 년생 할머니라고 하셔서 놀라웠고, 1살 위의 언니란 것도 좋았다.

글도 맛깔스럽고 정이 뚝뚝 떨어지는 글의 연속이다.

동시대를 살아왔다는 점에 더욱 끌렸던 것 같다.

특히 댓글에서 마음을 살피고 배려해 주시는 마음이 으뜸이어서 서작가님의 브런치 방문엔 마냥 설레고 반가웠다.

사돈이 보내주신 유기농 무화과를 내게 주심.

브런치가 인연이 되어 바깥에서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작가님의 주선으로 B급 할미작가님, 이후승작가님, 위트립작가님, 황여울 작가님 등 쟁쟁한 좋은 작가님 들과 서초에서 만나 식사도 하면서 몽마르트르 공원 산책을 하며 신이 났었다. 예전에 잠시 서래마을 몽마르트르 공원 근처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그 참에 난 공원과 반가운 해후도 했다.


조용하면서 단아하고 고결한 인품이 엿보이는 조근조근 하시는 말씀은 조리 있고 마음먹은 일은 똑 부러지게 하시는 분 같았다. 나 같은 허깨비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존경의 마음이 와락 들었다.

함께 만난 다른 작가님들도 어쩌면 한결같이 글도 잘 쓰시고 마음씀도 여유롭고 으신지 혼자 속으로 주눅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서작가님은 그런 나의 속을 읽기라도 하셨는지 모두와 헤어지고도  함께 낮은 산길도 걸으며 더 많이 말도 걸어 주고 지나나의 얘기를 들어주셨다.

로만 대했는데 이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아주시는 품 넓은 그 아량에 난 푹 빠져 버렸다.

참가자미 선물 사진을 미쳐 못 찍어 인터넷에서 차용.

만남 이전 겨울에 밥 잘 챙겨 먹으라며 울산의 단골 가게에서 아주 귀한 반건조 참 가자미를 주문해서 보내주셨고, 몇 개월 후에 또 보내주셔서 생선 좋아하는 막내에게 눠주며 서작가님 자랑도 했다.

처음 보내 주셨을 때도 용원의 손녀 하율이 먹이라고 몇 마리 보냈는데 서작가님 같은 분과 사귀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지난 이른 봄엔 작가님 생일에 만나 근무지 건물에 있는  피천득선생기념관을 관람하고 비록 식당이지만 미역국을 대접하고 석촌 호수 카페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난 복이 많은 사람이다.

늦은 밤 에코백에 먹을 것 잔뜩 넣어 팔 아프고 어깨 아팠을 작가님은 내가 어떤지 살피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해보라고 하시는데 그 말씀만으로도 난 부끄럽고 죄송해서 어찌할 줄 모르면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렸다.

사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친 자매처럼 염려해 늦은 밤 찾아와 주시는 그 너른 품의 마음씨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에코백에는 쑥떡과 콩가루, 참기름, 무화과, 아몬드, 쿠키, 초콜릿, 곶감 등 일용할 양식이 가득이었다. 에코백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더욱 가녀려진 몸으로 그걸 들고 밤늦게 찾아와 주신 정성에 감복하면서 작가님의 어깨가 괜찮으신지 걱정되었는데

참기름은 고향 함안에서 짠지 일주일이 안된 거라며 웃으신다.

작가님의 선물로 쑥떡에 콩고물 묻혀 진심으로 대해주는 동료에게 간식으로 먹으라고 조금 주고는, 혼자 다 먹었다!

 "쑥향도 진하고 건강식이야. 작가님 덕분에 호강하네. 이 귀한 걸 며칠씩  먹다니..." 하며 쑥떡 덕분에 한동안 혼자서 연신 쑥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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