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상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신영 Jul 20. 2024

부산에서의 하루

"7월에 올게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네 외출하듯 기차를 탄다.

옛날엔 부산과 서울이 천리길이라며 눈썹도 빼놓고 다녔다고

시어머니는  명절에 며느리의 친정행을 말리곤 하셨다.

지금은 자유로워 맘대로 다닌다.

새벽차가 아닌 아침차를 타고서 부산에 가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넉넉하고 여유롭게 서울로 돌아올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식당을 정하는데 우선권을 내게 준다는 대화. 흐뭇흐뭇~

지난 5월 거제도 여행 때 1박 여행이 아쉬워 "7월 모임에 올게요." 약속을 위해 기차표도 한 달 전에 예매를 했다. SRT 기차는 어찌나 이용객이 많은지 일주일 전쯤에 예약은 할 수가 없어 낭패였던 적이 있다. KTX와 다른 점이었다. 조금이라도 늦게 들여다보면 전석 매진이라서 원하는 날짜에 맞출 수가 없는 것을 겪고는 한 달 전부터 예매를 하기 시작해서 이젠 편하게 부산을 다녀온다.

기차표를 끊어 놓으니 시간은 왜 그리도 더디 가는지... 그래도 힘들 때마다 하루가 갔다. 하루가 줄었다. 하면서 열심히 살아 움직였다. 나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단톡방에서도 지루하다고 하는 분이 있었으니 우리의 향숙님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반갑게도~^^

하율이는 내가 가면 언제나 몇 밤 자고 가냐고 묻는 바람에 모임만 하고 저녁에 올라 올 생각을 다. 하지만 부산까지 갔는데 하율이를 안 보고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 딸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하룻밤만 자고 와도 하율이가 괜찮을까?" 너무 슬퍼하면 안 되기에 조심스럽다. 딸은 잘 설명해 주면 괜찮을 거라며 하율이에게 물어본단다. 하율이는 물어보는 제 엄마에게

"당연하지 하루라도 보는 게 좋지이~" 했단다.

'어느새 이렇게 컸지. 그 조그 많던 아가야가.'

7월이 생일달인 하율이에게 선물한 원피스.

전복집으로 할까 메밀국수와 들깨 칼국수 집으로 할까 물어 왔을 때 언제나 먼 데서 오는 손님이라고 선택권 우대가 있지만 여름이니 좋아하는 메밀국수 먹겠다고 했다.

모두 만나 차에 타니 정아 씨 하는 말

"전복집으로 갑니다. 신영언니."

"전복집, 뷰는 좋지만 엄청 비싸던데...."

"몸보신시켜 줄라고요~^^"

"코스 요리 안 먹으면 얼마 안 비싸, 코스 요리 먹으면 또 어때서? 오늘 회비 다 써!" 운전을 하는 향숙 씨의 유쾌함이 흐르고 난 히죽히죽 웃음이 나온다. 그래 몸보신은 전복이지. 헤헤헤~

언제나 온 마음 다해 반겨주는 벗들이 있어서 부산에 오면 살맛이 난다.

와~ 바다다~~~

또 한 번 내 입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바다를 잊고 살다가도 보면 볼수록 또 보고 싶은 것이 바다인 것 같다.

송정길을 지나 기장으로 들어서며 커브를 도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에 그만 눈이 커지고 큰소리가 난다.

기장 오시리아 단지 내 26층의 식당은 바다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와 환상적이다. 밥이고 뭐고 안 먹어도 좋을 것 같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바다 풍경이다. 해무가 살며시 감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바다는 신비로워 더욱 빠져들게 한다. 통유리 너머의 풍경을 열심히 담고 정아 씨는 내 모습을 쉴 새 없이 헤어질 때까지 핸드폰에 담는다.

정아씨는 내 사진을 가장 많이 담는다.

"어젯밤에 짐 싸고 잠이 안 와 4시까 있었어요. 한 것도 없는데 이젠 몸이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아요."

오래전에 만들어준 작은 스카프를 만날 때마다 잘 사용해 주는 고마움에 이번에 몇 개 만들어 세탁을 하고 다림질까지 해서 갖고 간 것을  상차림이 나오기 전 식탁 위에 꺼내 놓는다.

"만날 때마다 선물을 줘서 우리가 하고 있는 거 전부 안신영표야." 경숙언니 말씀.

"얼마나 잘하고 있는데. 이것 봐 너무 예쁘잖아." 향숙 씨는 이제 색도 바래어 나른 나른해진 민트색 거즈 스카프를 꺼내 보여 준다.

"요즘은 이렇게 예쁜 무늬가 안 나와요." 하율이 태어나기 전에 손수건을 만들면서 생각나서 한두 개씩 그때 만들어 준 작은 스카프. 너무나도 잘 쓰고 있다며 좋아해 줘서 늘 감사하다. 정아 씨는 마침 입고 온 원피스에 바로 블루스카프를 매어 보는데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런데 나도 스카프를 선물 받았다. *쪽으로 천연 염색한 스카프를 정아 씨가 선물한다. 향숙 씨가 6월 모임에 정아 씨가 하고 왔을 때 예쁘다는 칭찬에 우리에게도 하나씩 선물을 한 것이다. 역시 받는 것 좋아요!

 두툼한 전복이 수북이 들어 있는 전복죽, 전복 비빔밥을 먹고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것 같아 신이 난 우리들은 찻집으로 향한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만남, 하물며 몸에 좋은 식사까지 즐겁게 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배부른  우리의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


*; 은 중국과 인도가 원산지인 한해살이풀인데 잎은 염색 재료로 쓰이며 오묘한 푸른색을 띠고 고급스럽다.

테트라포트 위의 갈매기들.

*photo by young & 정아


매거진의 이전글 열 일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