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왔어요.
우리 엄마.
늘 고운 한복에 앞치마를 둘렀던.
내 어릴 적 기억.
세 식구 단출하던 친정집.
눈 내리는 겨울.
아랫마을에서 윗마을로 시집을 오니
층층시하였어요.
시부모님.
중병 앓아누운 손윗 동서.
시집 안 간 시누이 셋.
젖먹이 조카딸까지 열세 식구였지요.
중매쟁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순진무구 어여쁜 스무 살 새색시.
우리 엄마.
평생 까탈스러운 남편 그늘에
편안했던 날은 몇 날이었을까?
앙칼진 시누이들의 시새움은 얼마였을까?
서슬 퍼런 시어머니 독설에 흘린 눈물은 강물을 이루었겠지.
첫 딸을 낳고 받은 설움.
백일을 넘어서야 "허. 인물이 아깝고나. 고추나 달고 나오지."
오뚝한 콧날에 달덩이 같은 얼굴로 백날을 채워
별채 문지방을 넘어 안방 할아버지 앞에 뉘었다는 첫 딸.
아. 이쁜 우리 엄마.
퉁퉁 불은 젖 생질녀에게 물리고
시어머니 등에 업혀 나간 딸 안쓰러워
눈물을 삼켜 코피 흘리며 쓰러지기 여러 번.
무심한 남편, 도시로만 떠돌고
세월은 모든 걸 삼켜버려 귀밑머리 성성해져 애달픈 심정.
마음 알아줄 리 없는 아들 딸.
손가락 마디마디 쑤셔대는 아픔만큼 희미해지는 기억 저 너머.
그래도 한 때는 이쁨 받은 귀한 외동딸 내미.
두 오라버니 귀염 받으며 유년을 보냈다는데.
전쟁의 아픔 가슴 깊이 한이 서려
아! 아버지, 오라버니여~
기대고 싶던 지아비 그저 세상을 떠돌다 돌아와
늦으막이 행복을 지어내며 도란도란 잘 키워낸 아들, 딸.
하나 한결같이 모른체하네.
사느라 바빴던 당신의 그 시절, 자식들도 세상 일에 쫓겨
허망하고나. 그리워도 그립단 말 애써 삼키고
그저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만 쫒을 뿐이라네.
창 밖 저 멀리 떠가는 구름 사이로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사라지는 옛 시절이
그리움만큼이나 절절히 쏟아져 내리는 외로움.
내려놓고 가리라.
한 겹. 한 커플도 남기지 않으리.
엄마. 엄마 우리 엄마.
고왔던 시절처럼 웃음 띠며 맞아 주세요.
먼 훗날.
용서하세요.
죄송해요.
엄마.(201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