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기대되는 삶
류승범 247 cf 를 따라 하기 위해서는
유럽에도 가야 하고,
카포에라도 배워야 하고,
패셔너블한 감각도 배워야 하고,
스케이트보드도 탈 줄 알아야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몸부터 만드는 것이다!
이제 6일 차다.
정말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가 고비이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도 있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있는 날이라~ 언제든 식단 조절에 실패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친님과의 금요일 저녁은
애정전선을 돈독히 해주는 날이기에
그녀와의 만남을 위해 일단은 점심에 사과 하나로
식사를 하고 나서 잘 버티는 중이었다.
갑자기 친구가 카톡으로 고기가 먹고 싶다며
다 같이 모이자는데, 고기 사진과 명란 밥 사진을
올리는 통에 정말 핸드폰을 뜯어먹고 싶은
강력한 식욕이 올라왔다.
그때마다 승범이 형을 떠올리며 찬물 한 컵으로
배를 채웠더니, 퇴근할 때까지 마신 물이
머그잔으로 4컵이나 되었다;;
평소에 물을 많이 안 마시고 아메리카노만 줄곧
마시는 타입인지라 물만 먹기도 참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렇게 배를 비우고 여친님을 만나러 갔더니,
사랑하는 여친님께서 다이어트 중이니 맛있는
샐러드 하는 곳이 있다며 ifc mall의 르브런쉬라는
브런치스러운 이름의 식당에 데리고 갔다.
메뉴판에서 가장 탄수화물이 없어 보이는
샐러드를 종류별로 두 개나 시켰는데
비주얼부터 식감까지 얼마나 맛있던지;;
내가 샐러드를 맛있어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정말 식단 조절을 하면서부터는 사과 한알을
먹어도 너무나 맛있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렇게 맛있게 샐러드를 먹고 났더니,
여친님께서 나를 놀라게 하여 주기 위해
sf영화를 예매까지 해놓았다고 하니
정말 너무 신이 나고 흥분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신나고 급 기분이 좋아지니까
괜히 식단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여친님과 내가 좋아하는
콘소매 팝콘을 그냥 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다 보니
생과일'감귤'주스가 1 + 1 행사를 하는 것이다!!
주스 농축액이 아닌 생과일주스라는 것과
시럽이 들어가지 않음을 확인한 후
바로 구매를 하였고,
그래도 입이 심심할 것 같아서
하루견과 한 봉지랑, 같은 사이즈의 말린 과일 한 봉지를
구매해서 영화관으로 입성하였다.
정말 그동안 영화 볼 때마다 팝콘과 콜라를
왜 그렇게 먹어댔나 후회될 정도로
영화관에서 먹는 견과류+생과일 음료는
금요일 저녁을 연인과 즐기면서도 식단 조절을 위해
참 괜찮은 음료와 간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여친님의 아이쇼핑이 시작되었는데, 평상 시라면 항상 매장 밖에서 핸드폰 오락이나
하며 기다렸겠지만,
승범이 형의 패셔너블한 감각을
따라갈 순 없어도 어떤 옷이 있는지
관심이라도 가지자는 생각에
매장의 옷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정말 입 고 싶은 옷을 하나 집어서
입어보려고 탈의실에 들어가서는
꽉 끼는 옷 상태의 내 모습을 마치
범죄현장 찍듯이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윗옷을 벗은
몸통도 사진으로 앞뒤 옆을 찍었다.
탈의실에서 카메라 소리가 난다는 것이
뭔가 의심받을만한 소리인 것 같아서
허겁지겁 찍었지만, 본능적으로는
언젠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나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상편지를 찍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밤 11시 반...
금요일이기도 하고, 식단 조절도 했으니,
오늘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에
지난 5일간 나만의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나가면서 '어제보다 더 괜찮은 내가 되었다'라는 연속성이 끊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군 제대 이후 이렇게 일주일 연속으로 운동을
한 적이 없으며, 운동량과 상관없이
정말 오랜만에 내게 찾아온 터닝포인트라는 생각이 드는 지난 5일이었다.
꾸준함을 원하는 자의식이 합쳐진 상태까지의
나를 만나게 되었는데,
굳이 오늘이 금요일이라고 해서
하루를 쉬기엔
논리도 부족해 보였고,
지난 5일의 연속 기록에 마침표를 찍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구석에 처박혀있던 빨기 위해 내놓았던 긴바지와
운동복 점퍼를 입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뛰기 시작하여 집에서 가장 먼 산책코스까지 찍고 돌아오니 딱 30분이 걸렸다.
달리면서 느낀 건데, 러닝머신을 탈 때랑 실제로 땅에서 러닝을 하는 것에 뭔가 차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궁금해지니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집까지 다시 돌아오고 나니
30분은 뭔가 좀 아쉬워져서
맨몸 운동을 더 하기로 다짐했다.
레그 레이즈 45회
가슴운동 45회
삼두근 운동 45회
정말 저거 하고 나서도 헉헉거렸지만,
마지막 세트를 하기 전에 나 혼자 힘들어서
중얼거렸던 말이 지금 떠오른다.
'야! 어제는 5일 연속 운동을 한 남자였는데
오늘은 6일 연속 운동한 남자가 됐구나'
'어제보다 괜찮은 사람이 됐네! 자식 잘했어!'
누가 보면 미친놈인 줄 알았을 거다;;
새벽 한 시에 헉헉대면서 놀이터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으니;;
아무튼 그렇게 오늘도
운동이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에겐 그게 가장 큰 성과이고,
속으로는 '이건 기회다!'라는 생각이 든다.
승범이 형처럼 되고 싶어서 시작한 운동이지만,
이렇게 하루를 계속 쌓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 겨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삶의 기초를
닦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름의 매일 운동을 유지시켜주는 좋은 방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를 기록한다는 것은
어쩌면 실체 하지 않은 나의 일상을
쌓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됨과 동시에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날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내일이 기대되는 날 만났다.